미국 '초고속성장 100대기업' 아리스社 폴 송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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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워싱턴주 벨뷰에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컨설팅 및 교육서비스 회사 '아리스 (ARIS)' 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 송영욱 (宋永郁.35.미국명 폴 송) - . 창업 8년만에 회사를 '초고속 성장 1백대 기업' 으로 키워내 억만장자의 꿈을 실현한 장한 이름이다.

그의 성공담은 IMF 사태로 실의에 차 있는 한국인들에게 더없는 힘과 용기를 주었다.

하루 스케줄이 30분 단위로 빽빽하게 짜인 그를 어렵사리 1일 오후 (미 동부시간) 전화로 연결, 1시간30분가량 인터뷰를 했다.

6세때 한국을 떠나온 이민 2세인 그는 "아무래도 한국말로는 부담스럽다" 며 영어로 대화하기를 원했다.

- 오라클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 90년10월 창업에 나선 동기는.

"대학 재학때부터 내 사업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버지 (宋天鎬.61) 는 목사이신데 빈손으로 미국에 건너와 개척교회를 3개나 열었다.

기독교서점 운영과 해외 선교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등 상당한 사업가 기질을 갖고 계셨다.

아버지의 핏줄을 물려받은 덕인지 나 역시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전공이나 다니던 직장을 감안하면 창업분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컨설팅 쪽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는 앞으로도 최소한 10년 이상 고속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

- 창업 초기에는 상당히 어려웠을텐데.

"사무실을 하나 얻어 혼자 시작했다.

그러나 2개월간 한군데에서도 업무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때마침 목재 대기업인 와이어하우저가 제재소 운영부터 종이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정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는 말을 들었다.

프로젝트 매니저와 개별적으로 접촉할 기회를 만들어 내가 그 일에 적임자임을 '죽기살기' 로 세일했다.

결국 1백만달러짜리 첫 계약을 따냈다. "

- 현재 회사 규모는 얼마나 되고 경영진은 어떻게 짜여 있는가.

"첫 계약 당시 5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이제 6백명이 넘는다.

아내 (35) 와 지방신문 기자 출신인 형 (宋永卨.37) , 전화회사 직원이던 여동생 (宋永仁.29) 도 이제는 아리스 직원이 돼 나를 돕고 있다.

아내는 총무담당 부사장, 형은 교육업무담당 부사장이다.

아리스는 본사 이외에도 미국 각지에 9개, 영국에 3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 (매출 5천5백만달러, 순이익 5백30만달러) 보다 두배 가량 늘어난 '매출 1억달러 이상, 순익 1천만달러 이상' 으로 잡고 있다.궁극적인 목표는 아리스를 업계의 제1인자로 만드는 것이다. "

- 한국 기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있는지.

"현재까지 한국과는 사업적으로 관련이 없다.

그러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 나아가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싶다.

지금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으나 아시아는 큰 시장이다.

여러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

- 평소 어떤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가.

"아리스는 벤처기업이기에 앞서 서비스기업이다. 우리의 상품은 결국 '사람' 이다. 좋은 사람을 많이 찾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좋은 사람이란 '뛰어난 능력과 훌륭한 품성' 을 함께 지닌 사람을 뜻한다.

경영신조를 굳이 말하자면 '상호존중' '정직' '성실' '재정적 책임감' '장기적 대인관계' 쯤으로 해두고 싶다. "

-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충고를 해달라.

"첫째, 성공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라는 것이다.

충분히 교육을 받고, 경험도 쌓으라는 얘기다.

둘째, 성공은 다른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자기 혼자 잘나서 되는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 한국에 경제위기가 닥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제가 정부.재벌 등 '소수의 주역들' 위주로 운영됐던 게 잘못이다.

앞으로 시장원리에 따른 자율경쟁 풍토를 뿌리내려 시장 참여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

- 한국에서 창업을 했더라도 이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었겠느냐.

"그걸 누가 알겠는가. 아무래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창업하기에 더 쉽고, 기회도 더 많이 열려 있는 곳이 아니겠느냐. "

아리스는 지난해 6월 기업공개와 함께 뉴욕의 나스닥 증시에 상장됐다.

현재 주식가치는 3억1천1백만달러. 그중 宋회장 부부의 지분은 45%다.

지난 68년 부모를 따라 도미,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시애틀에 정착한 宋회장은 미시간주에 있는 산학협동 5년제 대학인 '제너럴 모터스 인스티튜트' 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뒤 매사추세츠공대 (MIT)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따냈다.

백인 미국인인 동갑내기 부인 (티나 송) 과는 대학 2학년때 만났고 1년동안 열애 끝에 결혼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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