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선 5자회담이 북핵 해결 최선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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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선 5자회담이 최선책이다. 다만 북한과 미국, 북한과 중국 간의 양자회담으로 연결돼야 실효성이 있다.”

홍콩 시티대학(城市大學) 현대중국연구소의 조셉 유 섹 청(鄭宇碩·60·정치학과 교수·사진) 소장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내놓은 북한 핵문제 해법이다.

중원(中文)대 교수와 홍콩정부 외교보좌역 등을 거친 그는 국제 외교학계에서 중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연구 최고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7일 오후 그의 연구실에서 북한 핵문제 해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지난달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본지 보도(6월 4일자 1, 5면)에 대해선 “사실일 것”이라며 “중국이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동참한 것이 이를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북한이 과거 혈맹관계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됐다. 중국이 1980년대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외교기조가 ‘역사’와 ‘이념’에서 ‘국익’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의 대미관계에서 완충지대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보다 한국을 훨씬 중시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을 더 압박하는 쪽으로 마무리됐다. 북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미국이 한국에 대해 사실상 핵우산 보장을 명문화한 것은 현재 한·미 유대가 매우 공고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까닭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명시적인 양국 협력강화는 북한을 더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북한은 플루토늄 재처리와 무기화 등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지 않나.”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5자회담을 제기했는데.

“현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최고의 아이디어(best idea)다. 다만 조건이 있다. 5자회담 결과가 북·미, 북·중 양자회담으로 연결돼야 한다. 또 이들 양자회담은 가능하면 비밀에 부칠 필요가 있다. 북한에 6자회담에 복귀할 명분과 시간을 주고, 실효성 있는 카드를 제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과 유착하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지나친 미국 중시 외교는 부담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한반도만이 아닌 미국·일본과의 역학관계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중국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일관된 외교정책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결정적인 영향력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카드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카드마다 위험이 따른다는 게 문제다. 예컨대 식량이나 석유 공급을 끊는다 치자. 북한 사회 혼란과 난민의 중국 유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고스란히 중국이 감당해야 할 문제다. 외교적 압력이 강화되면 북한은 친러시아 정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카드를 함부로 쓸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자체에 약점이 많아서다. 소득격차나 정치체제에 대한 사회불안과 경제적 취약성은 언제 중국 체제를 흔들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북핵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뭔가.

“현상유지(status quo)다. 그리고 때가 되면 북한을 베트남식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는데도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외교노선과 어긋나지 않는가.

“중국은 분명 장기적으로는 비핵화를 견지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핵문제로 혼란이 야기돼 국익에 손해가 되는 것보다 현상유지가 낫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판단이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군사적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은.

“일본은 모르겠지만 한국과 중국·러시아가 모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최악의 경우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많은 단계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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