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수재 두 당사자 변호인 같아도 검찰이 피의자 접견권 막아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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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3월 최열(60) 환경재단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면서 부동산개발업자 이모(55)씨를 체포했다. 검찰은 최 대표가 산업단지 용도 변경 청탁과 함께 이씨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했다. 최 대표의 변호인인 여모 변호사가 이씨를 접견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검찰은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동시에 변호하는 것은 ‘이해 저촉 사건’으로 볼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며 두 시간 뒤에야 접견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검찰과 변호인 간에 신경전은 계속됐다. 검찰은 “피의자가 시민단체 대표와 같은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입 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한변협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변호인에게 소형 녹음기를 휴대하지 않았는지 금속탐지기로 확인을 하자고 요구했다. 접견 과정에서 이씨와 변호인이 쪽지를 주고받자 교도관이 압수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자 변호인은 검찰의 조치가 피의자의 ‘변호인 조력권(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법원에 검찰의 처분에 대한 취소를 요청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이씨가 체포되기 전부터 두 사람을 계속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수사 기밀 누설과 증거 조작 등을 의심할 만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변호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체를 구속당한 사람이 자신의 범죄 행위에 변호인을 공범으로 가담시키려 했다는 사정만으로 변호인과의 접견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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