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홍콩이어 싱가포르·대만 경제도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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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마리 용' 으로 일컬어졌던 홍콩.싱가포르.대만의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아시아 지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과거의 '성장 신화' 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역내 교역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침체는 이웃 나라의 수출.경기에 곧바로 타격을 주면서 아시아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홍콩 = 지난 1분기중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2%를 기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금융.관광.서비스 중심지인 홍콩 경제도 급격히 위축된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최고가격에 대비할 때 무려 40% 가량 폭락했다. 실업 급증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은행들의 돈줄이 바싹 조여지자 기업 도산도 늘어나는 추세다.

◇싱가포르 = 이웃 나라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싱가포르도 조만간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1분기 성장률은 5.6%로 상당히 높았으나 이는 더 이상 가능치 않다는 분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 (2.5~4.5%)에 크게 못미치는 1.5%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외국 금융기관은 0%대까지 내려잡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정치.경제적 파탄에 빠지고 말레이시아 역시 지난 85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대만 = 아시아 위기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텨왔던 대만 경제도 최근 호흡이 가빠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 경쟁력 감소에다 주변국들의 수입 감소로 1분기중 17년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대만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 (당초 6.2%) 를 6%로 하향 조정했으나 민간 경제기관들은 5%대를 점치고 있다.

◇전문가 진단 = 아시아 경제는 일본 경제의 부활.엔화 환율 추이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일본 경제는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39엔대로 추락했으며 1백40엔대를 뚫고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각국의 통화도 다시 한 번 하락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외환시장이 다시 교란되면 각국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은 더욱 어려워진다.

김형기.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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