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에 안 알리고 영장심사 … 영월 법원의 어이없는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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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법원이 변호인에게 영장실질심사 일정을 알리지 않고 피의자를 심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16일 대부업체로 등록하지 않고 강원랜드 손님들에게 돈을 빌려준 혐의(대부업법 위반)로 구속된 이모(49)씨에 대한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했다. 구속적부심은 법원이 구속 사유가 법률에 위반됐거나 구속 후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다는 피의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이 적법했는지를 심사하는 제도다.

이씨의 변호인인 정해원 변호사에 따르면 구속적부심 청구 사유는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 조력(청구)권’ 침해였다. 정 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받지 못해 변호인이 참석하지 못했고, 피의자는 변론을 충분히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이 검사·피의자·변호인에게 영장실질심사 기일과 장소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11일 법원에 이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실질심사는 다음 날 오후에 열렸다.

법원 측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구속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박근수 영월지원장은 “새로 바뀐 담당 직원이 업무 미숙 때문에 변호인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국선변호인을 선임했기 때문에 변호인 조력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시환 대법관은 2000년 인천지법 판사였을 때 변호인이 영장실질심사 일정을 통지받지 못한 피의자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형사소송법상 위법이 있으므로 피의자를 석방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에 구속 피의자에 대한 국선 변호인 선임 강제 규정이 신설(2006년)되기 전이어서 변호인이 없는 상태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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