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현장을 가다]정책토론 잇따라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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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부산의 여성단체들은 요즘 잔뜩 화가 나 있다. 6.4 지방선거를 대비해 58개 여성단체가 '부산여성연대' 를 구성, 한달여간 야심 차게 준비한 시장후보 초청 정책토론회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22일로 개최날짜까지 잡아놓았는데 출마자 3명중 2명이 갑자기 불참 통보를 해온 것이다. 불참 후보들은 "부산여성연대의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이 특정정당을 지지, 토론회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연대측은 "나오겠다고 해놓고 개최일을 코앞에 두고 약속을 어긴 것은 여성 관련 정책.공약에 자신이 없기 때문" 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선거풍토에서 '정책토론 대결' 은 아직도 요원한 구호 인가 보다.

최근 들어 여.야 사이에 상호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공약을 검증하는 시민단체들의 정책토론회가 잇따라 불발 되고 있다. 후보들이 "토론회 성격에 문제가 있다" "선거유세로 바쁘다" "선거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며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토론회를 주관한 사회단체들은 "토론회에 참가했다가 이미 확보한 표를 잃을 것을 염려해 '정책 허약' 후보들이 토론회를 외면하고 있다" 며 비난하고 있다.

공선협에서 개최하려던 서울 강서.마포구청장 후보 토론회는 당초 참가 의사를 밝혔던 후보들이 토론회 직전 "선거일정이 빠듯하다" 며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여성유권자연맹도 서울강남구청장 후보들을 불러 토론회를 열려다 후보들이 "굳이 토론회를 할 필요가 있느냐" 며 냉담한 반응을 보여 계획을 취소했다.

전북익산YMCA가 다음달 1일로 잡아놓은 시장후보 초청 토론회 역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 출마자 4명 중 3명은 토론회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한 후보측이 "TV로 방송되는 경우에만 참가하겠다" 며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선협 이은택 (李殷澤) 사무차장은 "주로 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거나 토론회가 방송중계되지 않는 경우에 후보들이 토론회 참가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 고 분석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정책.공약 대결을 통한 선거문화가 자리잡아야 하는 마당에 일정이 잡힌 토론회마저 무산시키는 후보들에게 표를 주지 않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준봉.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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