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버그'문제]국내 파장·대응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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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가트너그룹 등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가 밀레니엄 버그 문제와 관련, "한국은 이미 늦었다" 는 사실상의 극형선고를 내리자 이 문제해결에 예산과 인력의 투입을 주저해온 국내 업체들 사이에선 아예 밀레니엄 버그를 외면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밀레니엄 버그의 완벽한 해결이나 보상이 안된다면 투자할 필요가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최근 정부기관.정보통신서비스업체.금융기관 등 1백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3% 이상이 밀레니엄 버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지만 이 중 16.7%만이 예산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극형 선언' 으로 이들 기업마저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포기할 우려가 크다.

이미 1~2개월 전부터 국내 시스템통합 (SI) 업체들은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해주는 전담팀을 만들었지만 국내 기업 등에서 프로젝트를 맡겨 수주가 이뤄진 것은 한 건도 없는 상태. 삼성SDS 염상철 책임은 "일부 대기업.금융기관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중소기업.공공기관 등이 아직 관심도 표명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번의 충격적인 발표로 아예 자포자기 심정이 생길 수도 있다" 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미루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빨리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포스데이타 최동주 (崔東主) 과장은 "더 늦으면 2000년 들어 전산시스템이 다운돼 수천억원 이상의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사회시스템에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 분명한 만큼 빨리 손을 써야 한다" 고 강조했다.

국내 SI업체들은 수주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최대한 책임을 지겠으나 전산시스템의 특성상 오류가 없는 1백% 완벽구축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국내업체들은 밀레니엄 버그 프로젝트와 관련한 보험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LG - EDS시스템 김종후 (金鍾厚) 차장은 "프로젝트를 맡기는 기업이나 이를 수주하는 SI업체 입장에서도 보험에 가입, 위험부담을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설명했다.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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