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남 잘된 일 함께 기뻐함도 큰 공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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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다른 이가 이양을 얻는 일 보고/어느 때나 즐거운 마음을 내어/시기하고 질투하는 생각 없으면/이런 이는 부동국에 태어나리라" '열반경' 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곳에 나오는 부동국 (不動國) 은 불교적 이상향입니다.

갈등과 나뉨이 없는 행복한 유토피아입니다.

지금은 힘든 때입니다. 대량실직과 불황의 그늘이 모든 이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삶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슬픈 소식도 부쩍 늘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괴로운 현실을 벗어나 이상세계를 희구하게 됩니다. 경전에서는 남을 따라 기뻐하는 마음이면 이상세계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가 잘되는 것을 보고 항상 즐거워하는 마음, 그것을 '법화경' 에서는 수희공덕 (隨喜功德) 이라고 합니다. 물질을 주는 것만 공덕이 아니라 남의 기쁨을 쫓아 기뻐하는 것도 비할 데 없이 큰 공덕이라는 말입니다.

남을 따라 기뻐하는 마음은 열린 마음입니다. 열린 마음에는 항상 여유가 있습니다. 여유있는 마음은 언제나 넉넉합니다.

다행인 것은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이 더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싹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통해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이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기뻐해야 하는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함께 걱정해주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습니다. 이 마음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웃에게 열린 그 마음은 언제나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원혜스님〈조계종 포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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