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내년 경제는 더 어렵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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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경제는 활로가 있는가. 이대로 추락하는 것은 아닌가. 한국 경제의 앞날에 짙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요즘 전해오는 소식은 온통 우울한 것뿐이다. 투자나 소비 등 각종 경제 관련 지표는 갈수록 심각한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해외 쪽도 세계경기 회복세가 정점을 지나 내년에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다 중국 경제의 긴축, 고유가 등 악재 투성이다. 이대로 가면 그나마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마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이미 한국개발원(KDI) 등은 4분기에는 성장률이 4% 안팎으로 급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내년 이후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3~4%대로 추락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높아진다. 국민의 체감 경기나 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이미 '위기냐 아니냐'를 놓고 토론할 단계는 지났을 정도로 심각하다. 더욱 문제는 금융이나 재정 등 모든 정책 수단이 한계점에 달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암울한 현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제대로 알고 있는가. 불행히도 아직 사태의 심각성과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의 문제는 재벌 총수들 불러놓고 압박하거나, 대통령이 공장 한두 군데 방문하는 것으로 해결될 단계가 아니다. 대통령은 '내가 괜찮다는데 왜 불안해 하느냐'고 질타할 게 아니라 국민과 기업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왜 불안해 하는지, 어떻게 하면 기업이 쌓아놓은 돈을 투자로 돌릴지, 소비자들이 호주머니를 풀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도 '음모다, 아니다'의 편가르기를 중단해야 한다. 경제팀도 경제가 걱정된다면 눈치만 볼 게 아니라 프로답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 경제에서 낙오되고 있다. 모두가 합심해도 난국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다. 현 집권층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도록, 국민을 더 이상 불행으로 몰아넣지 않도록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