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프랑스월드컵]최용수 눈물의 사부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월드컵 16강 진출을 아버지 영전에 바치겠습니다. " '독수리' 최용수 (25.상무) 는 지난 10일 강릉 전지훈련이 끝나자마자 전남 구례에 있는 아버지 산소로 달려갔다.

"다음달 프랑스로 갑니다. 꼭 이기고 돌아 오겠습니다. " 소주 한잔을 부어 아버지께 올리는 최의 손이 떨렸다. 날카로운 눈매엔 어느덧 이슬이 맺혔다.

4년전 한식날. 최의 아버지는 선산에서 전기톱으로 혼자 벌초를 하다 다리를 심하게 베어 과다출혈로 돌아가셨다. 이제야 철이 든 최는 생전에 효도를 다하지 못한 게 늘 죄스러웠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생전에 못다한 효도를 하는 유일한 길은 월드컵에서 승리하는 것" 이라며 몇번이고 다짐했다.

월드컵축구대표팀에서 황선홍과 함께 간판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은 최용수. 이제 그는 더이상 2인자가 아니다. 골감각은 완숙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마케도니아전에서는 30m짜리 중거리포를 꽂는 슈팅력도 보여줬다. 1m83㎝이던 키도 3㎝가량이 더 커져 헤딩력이 강해졌다.

선의의 경쟁자인 투톱 콤비 황선홍에 비해 아직 공간 이동폭이 좁지만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용수는 아직 젊다. 일본은 물론 바르셀로나.AC 밀란 등 유럽 프로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손짓을 받고 있는 최는 지난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7골.2어시스트로 본선 4회 연속진출을 일궈냈다. A매치 30경기 출장에 17골을 기록중이다.

국민의 염원인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화려한 비상을 채비하는 최용수. 그의 눈매가 오늘따라 더욱 날카롭다.

김상국 기자 〈stefan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