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판촉 계획 엉망이 됐다” 역 주변 유통업체·호텔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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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편의점 업체인 훼미리마트는 12일 서울지하철 9호선 개통에 맞춰 9호선 24개 역에서 일제히 편의점을 열 계획이었다. 매장을 운영할 점장을 뽑아 교육을 마쳤고 판매 상품도 갖춰 놓았다. 12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영수증 추첨을 통해 승용차와 TV 등 다양한 경품을 주는 판촉 행사도 준비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개통 이틀 전인 10일 “9호선 개통을 7월 말로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계획이 엉망이 됐다. 점장들을 부랴부랴 다른 지점으로 임시 배치했다. 최지원 언론담당은 “갑작스레 개통이 연기돼 운영 계획을 모두 다시 짜야만 한다”고 말했다. <본지 6월 11일자 1, 8면>

9호선 개통이 전격 연기되면서 ‘9호선 특수’를 노리고 각종 판촉 행사를 기획했던 유통업체와 호텔 등에 비상이 걸렸다. 9호선 지하철이 통과하는 지역에 점포를 두고 있는 백화점·대형마트·호텔의 마케팅이 불발됐고 역사에 입점 예정이었던 각종 매장의 개장이 연기됐다.

9호선 21개 역사에 화장품 매장을 개장하려던 LG생활건강도 개점을 뒤로 미뤘다. 이 회사는 개통 기념으로 6월 한 달간 메이크업 서비스 등의 이벤트를 할 계획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2일부터 흑석동·여의도 일대 고객을 상대로 ‘9호선 개통 축하 고객초대전’을 열려고 했다. 사은품으로 장바구니·상품권 등도 마련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9호선 개통과 함께 대규모 판촉전을 펴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할인점 이마트 가양점과 공항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통 당일 5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주방세제를 증정하는 등 여러 행사를 기획했으나 역시 연기했다. 홈플러스도 9호선 일부 역에서 생수와 음료를 나눠 주는 홍보 행사를 미뤘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호텔 등 몇몇 호텔도 개통에 맞춰 다양한 할인 혜택 제공 등 판촉 행사를 준비했다가 급히 취소했다. 교보문고는 12일로 예정됐던 신논현역 내 무료 북카페 개관을 늦췄다. 이 북카페는 83.16㎡ 규모에 1000여 권의 책과 전자책·오디오북 등을 갖추고 있다. 강연회, 북마임 공연도 함께 미뤄졌다. 정길정 교보문고 홍보팀 대리는 “오랫동안 북카페 개관을 준비해 왔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개통 축하 행사를 계획했던 지방자치단체들도 행사를 취소했다. 서울 강서구는 13일 가양동 빗물펌프장에서 ㈜서울메트로 9호선과 함께 ‘9호선 개통 기념 행복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다. 강서구 전역에 유명 가수들이 공연한다는 벽보를 붙이고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개통 연기 발표에 따라 11일 새벽 서둘러 벽보와 현수막을 수거해야만 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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