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의미, 이순신 매력 세계에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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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게이코 방(44·사진). 일본계 미국인이다. 성이 방씨인 것은 남편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는 1990~92년 CNN방송의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최근엔 한류 관련 프로그램인 ‘힙 코리아(Hip Korea: 신나는 한국)’를 만들어 다큐멘터리 전문 케이블방송인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임진왜란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 왔다.

아직은 자료수집을 하고, 한국 관계자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단계.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촬영지와 촬영 기법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임진왜란을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영어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식대로 ‘임진왜란’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15년 동안 준비해왔다”며 “임진왜란에 대해 외국인이 영어로 만드는 첫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왜란은 아시아에서 벌어졌던 전쟁 중 제2차 세계대전 다음으로 규모가 컸어요.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이순신 장군도 비중 있게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이순신 장군은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세계적으론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제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순신을 세계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출발은 순조롭다. 얼마 전 한국뿐 아니라 미국·프랑스·독일 등의 방송국과 방영 계약을 맺었다. 아이디어의 참신함만으로 일궈낸 성과다.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의 키워드를 ‘신뢰’라고 했다. 역사적 사실을 철저히 재현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일본군은 일본인 배우를, 한국군은 한국인 배우를 기용할 거예요. 북한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는 북한에서 촬영을 할 계획도 잡아놓고 있고요. 예산 및 언어 소통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편리함을 위해 타협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전체 전투 장면을 촬영으로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애니메이션 기법도 활용할 생각이다. 임진왜란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 역시 중시하는 부분이다.

“한국만의 입장, 일본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의 객관적 사실과 역사적 중요성을 조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일본계지만 미국에서 자랐고, 한국인과 결혼한 만큼 객관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제작팀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꾸려갈 생각입니다.”

그는 일본인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대한 사랑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주말마다 아침엔 항상 패티김 노래를 틀어놓곤 하셨어요. 그 소리에 잠이 깨곤 했었지요. 그러다 보니 84년엔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의 이화여대에서 여름학기를 수강하기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점점 한국 전문가가 됐지요.”

그는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부르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흥미로운 극단의 상황이 존재하는 재미있는 나라라고 했다.

“일단 임진왜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다음, 계속해서 한국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싶습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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