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개성공단 임금 4배 인상 요구 터무니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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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북한이 어제 있었던 남북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월 300달러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보험료를 포함, 현재 75달러 선인 1인당 월급을 갑자기 4배로 올리라는 것이다. 또 공단 부지에 대한 토지임대료로 이미 납부한 1600만 달러의 무려 31배에 달하는 5억달러를 요구했다.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남측이 도저히 수용키 어려운 요구를 들고나와 억지를 부리는 의도가 무엇인지 답답하고 안타깝다.

정치적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남측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한 것은 경제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지 자선사업을 하자고 간 것은 아니다. 월 50달러에서 시작한 개성공단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그동안 두 차례 인상을 통해 현재 55.125달러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사회보험료 등을 더하면 70달러 남짓으로 늘어나지만 그렇더라도 월 120~150 달러 선인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여전히 싼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인상 요인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갑자기 4배로 올려달라는 것은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업별로 사정에 차이는 있겠지만 300달러의 임금을 주고 개성공단에서 버틸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따라 합의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의 골자 중 하나가 금융제재다.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터에 토지임대료로 5억 달러를 내고, 임금도 대폭 올려달라는 것은 대북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 남측 정부로서도 받아들이기 곤란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75일째 억류돼 있는 남측 근로자 유씨 문제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얘기가 없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으니 갑갑한 노릇이다.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이고, 흥정은 끝까지 해봐야 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이 요구를 고집한다면 개성공단은 문 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입주업체들과의 협의를 거쳐 19일로 예정된 차기 협상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선을 제시함으로써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아무리 남북관계가 경색되더라도 개성공단만큼은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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