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다람쥐의 날' 정수근 프로야구 올스타 MVP 첫 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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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이 MVP 상금보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가 MVP에 오를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양손에 트로피와 상금(1000만원) 보드를 치켜든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별들의 잔치'를 비추던 조명을 받은 그 땀은 별이 되어 반짝였다.

'날다람쥐' 정수근(27.롯데)이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 왕별'에 올랐다. 지난 17일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04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그는 5타수 3안타.2타점.2득점의 맹위를 떨쳤다. 별명에 걸맞게 도루도 한 개 기록했다. 정수근은 기자단이 선정한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유효표 69표 중 54표를 얻어 양준혁(삼성.8표)과 박명환(두산.2표)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지난해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그는 간간이 내리는 빗방울 속에서도 사직구장을 찾은 1만6000여 부산팬의 성원에 '별중의 별'로 보답했다.

지난 6일 두산전에서 역전 3점 홈런을 쏘아올려 부활을 알린 뒤 올스타전 MVP를 거머쥔 정수근은 "홈팬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안타를 치고, 도루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열심히 뛰었다. 팀이 꼴찌로 전반기를 마감해 마음이 무거웠는데 후반기엔 롯데가 팬들의 응원에 걸맞게 좀더 분발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군 1번 타자로 나선 정수근은 1회 첫 타석부터 서군 선발투수 송진우(한화)에게서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정수근은 내친 김에 2루까지 훔쳐 MVP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회 2사2루에서는 우중간 담장을 맞히는 2루타로 타점을 올렸다. 6회에도 무사 2루에서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점수를 뽑았다. 그는 "경기 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첫 타석에서 안타를 못 치면 빠질 생각이었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스타전은 정수근 외에도 양준혁(삼성.5타수 3안타.2타점).이호준(SK.4타수 2안타.2타점) 등이 맹활약한 동군(두산.삼성.SK.롯데)이 7-3으로 서군(LG.현대.한화.기아)을 꺾었다. 지난 2년간 연패를 설욕하면서 통산 17승11패의 우위를 이어갔다.

홈런 레이스 결승에서는 박용택(LG)이 네 개의 홈런을 날려 시즌 홈런 1위(25개)인 브룸바(현대.3개)를 제쳤다.

부산=최준호.남궁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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