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하면 살빼기도 쉬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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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만을 극복한 이현지(右)양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기 위해 어머니와 수건체조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국내 비만 어린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순천향대.경희대.서울시 학교보건원 등이 지난 23년간 서울지역 6~17세 초.중.고등학생 3만4855명(남 1만8177명, 여 1만6678명)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의 17.9%, 여학생의 10.9%가 비만아로 나타났다. 이는 1979년 남아 1.4%, 여아 2.7%보다 4~13배 높아진 수치. 어린이 비만은 성인 비만의 전주곡이다. 따라서 '어린이 비만 관리는 요람부터'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지난해 10월, 엄마와 함께 비만 캠프에 참가했던 이현지(당시 12세.초등 6년)양. 당시 현지는 149㎝의 키에 55㎏(비만도 37인 중등도 비만)인 뚱보 어린이였다. 음식을 한꺼번에 몰아 먹고 패스트푸드와 초콜릿.사탕 등을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몸무게가 늘면서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다.

현지가 체중감량에 도전한 것은 1박2일간 실시된 '엄마와 함께 하는 어린이 비만캠프'에 참여하면서부터. "비만의 심각성과 폭식, 기름지고 단 음식이 얼마나 나쁜지를 명확히 알게 됐다"는 게 캠프에 참여했던 현지의 설명이다. 이후 현지는 엄마의 협조하에 살빼기 전쟁에 돌입했다.

우선 엄마와 함께 밤참.사탕.초콜릿.청량음료.패스트푸드.통닭 등과 이별을 선언했다. 매끼 채소와 과일을 꼭 챙겨 먹었으며, 밥은 배고픔이 가셔지면 숟가락을 놓았다.또한 주중에는 수건체조나 훌라후프를 하고,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어머니 김주은(42)씨는 "등산은 어린이 혼자 하기 힘든 운동이지만 속도를 아이에게 맞추면서 옆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하다보면 곧잘 따라온다"고 들려줬다. 하산한 뒤에도 목욕을 함께 하면서 등산 후 느끼는 상쾌한 기분을 나누다 보면 현지가 "다음에도 꼭 산에 같이 갈 것"을 약속했다는 것.

현지는 성장기라 키는 크면서도 살은 빠졌다. 정상 몸무게로 돌아오면서 느끼게 된 가장 큰 변화는 피곤함이 사라지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게 됐다는 점. 김씨는 "살쪘을 땐 아침마다 현지 깨우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늦게 잔 날도 오전 7시면 혼자서 밝은 표정으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지금 중학교 1학년생인 현지의 몸은 또래의 표준인 153㎝,48㎏다.

비만은 뇌졸중.심장병.당뇨병.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다. 따라서 일찍부터 치료가 필요하다. 순천향대 소아과 이동환 교수는 "고도 비만 어린이의 75%, 중등도 비만의 50% 정도는 이미 성인병이 시작됐으며 방치할 땐 60~70%의 환자가 심한 성인병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행히 어른과 달리 어린이.청소년은 비만만 치료되면 혈관의 동맥경화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어린이 비만 관리의 첫걸음은 매달 아이의 체중을 측정하는 일이다. 또래의 성별.키를 기준으로 한 정상 몸무게의 20% 이상이면 비만이다(20~30% 이상은 경도, 30~50%는 중등도, 50% 이상은 고도 비만).

비만 예방은 이유식 먹일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유식도 기름진 서양식 대신 야채죽.과일 등 한식이 바람직하다. 돌 전 아이라도 뚱뚱하면서 우유를 많이 찾을 땐 물을 준뒤 우유를 먹여야 한다.

첫돌 이후엔 '세끼 식사+ 2회 간식'을 기본으로, 사탕.초콜릿.과자.기름지고 튀긴 음식 등은 제한해야 하며 우유는 하루 한두 컵이 적당하다.

일단 비만 진단이 내려지면 그 순간부터 부모와 함께 적극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식사와 운동요법을 3개월간 했는데도 별다른 효과를 못보는 12세 이후 어린이는 약물치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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