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부동산 처분]개·보수로 '제값받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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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동산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금리로 인한 금융부담이 커진데다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해 헐값에 내놔도 찾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급한 사람은 가격을 더 깍아 급매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는 법.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보면 제값받고 처분할 길도 있는 법이다.

◇이웃과 함께 길을 찾아라 = 부동산은 크기.위치에 따라 용도와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처분하고자 하는 물건의 입지가 나쁘거나 크기가 작을 때는 이웃집과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다. 덩치를 키우면 개발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崔모 (60세) 씨는 지난해 한옥 (대지 45평) 을 평당 3백만원에 내놨으나 문의조차 없었다. 대로변 바로 뒤쪽 건물이었지만 진입로의 폭이 2m에 지나지 않아 재건축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를 찾아 상담을 벌인 결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도로변 앞뒤 주택 10채를 헐면 상가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崔씨는 건물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한편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만든 개발계획안을 첨부해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이번에는 평당가격도 20%쯤 올렸지만 일주일이 못돼 임자가 나타났다.

◇상가는 개발해야 = 빈 상가는 싼값에도 잘 팔리지 않지만 수익성 높은 점포는 비싸도 처분이 잘 된다. 올 하반기 정리해고가 본격화되면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수익성 높은 점포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처분전에 점포 활성화에 관한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한 방법.

朴모 (44) 씨는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고려오피스텔의 지하에 있는 45여평짜리 점포를 처분하려 했지만 팔리지 않았다. 고민끝에 朴씨는 오피스텔 낮시간 상주인구가 3천명이라는데 착안, 직접 중화요리점을 열었다.

두달정도 지나자 단골도 꽤 많이 생겼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평당 3백만원에도 처분되지 않던 점포가 평당 6백만원에 간단히 처분됐다.

◇수익성을 높여라 = 조금만 손을 보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주택이 많다. 낡은 것보다는 비용이 들더라도 개보수를 하는 것이 제값받고 파는 지름길이다. 낡은 여인숙을 2평 남짓한 주거공간인 원룸텔 (19실) 로 개조한 홍오막 (봉천동.59)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洪씨는 지난해말 시장 인근 주택가에 있는 2층짜리 낡은 건물을 5백만원가량 들여 도배를 바꾸고 도시가스와 공용 싱크대를 설치했다. 빈 방이 나오면 달라는 예약자까지 있을만큼 인기를 끌자 지난해 3억원이었던 건물시세가 IMF체제 이후 도리어 올라 4억2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철저하게 준비하라 = 일단 부동산을 처분하기로 작정하면 광고.홍보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동네 중개업소는 물론 생활정보지.PC통신.인터넷등 이용할 수 있는 매체는 최대한 이용한다.

유상연 기자 〈infosoⓐi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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