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 산책] 굿바이 Sanlitun Bar Stree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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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시내에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이
맥주 한잔 하러 가기 좋은 곳으로
싼리툰 바 스트리트(싼리툰 지우바지에)가 있습니다.

음료와 맥주를 파는 카페들이
작은 길을 따라 쭉 늘어서 있는 게
삭막한 베이징 거리를 나름대로 운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카페 안에는
언젠가는 스타가 되기를 꿈 꾸는
무명의 가수 지망생들이 나와 열창을 뿜어내고

카페 밖에는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맥주를 마시며
거리를 활보하는 베이징의 선남선녀 모습 보는 게 그럴 듯한 풍경입니다.

때론
펜을 든 무명의 화가가
50위안에 초상화를 그려주겠다고 다가오고,

여자 친구와 같이 온 남자에겐
여자 친구를 위해 장미꽃을 사달라고 조르는 꽃 파는 소녀도 등장하구요.

이런 싼리툰 바 스트리트가 형성된 건
10여년 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입니다.

1997년 2월 황장엽 선생의 한국 영사관 망명 사건이 났을 때
이를 취재하러 왔던 저는
한국 총영사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싼리툰 바 스트리트를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지요.

그 당시엔 100여m 남짓한 싼리툰 거리에
카페는 불과 2~3개에 불과했었지만 이후 눈덩이 불듯 늘었지요.
지금은 빼곡히 늘어서서 30개 가까울 것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가끔 베이징에 출장 갈 일이 생기면
이 곳에서 목을 축이며 쉬는 것도 낭만이라면 낭만이었지요.

지난 6월 초 베이징 출장 때도 들렀지만
이번에는 아주 인상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 일행 수에 맞춰
버드와이저 3병에 팝콘 하나를 시키고,
잡답을 하다가 일어서면서
계산하자고 하니 380위안을 부릅니다.

기가 막힙니다.
얼추 한국돈으로 따져 7만6000원 가량 되지요.
맥주 한병에 2만원이 넘는 것일까? 호텔도 아니련만...

의아해서
정확하게 셈을 따지니 가관인 계산법이 나옵니다.
맥주 한 병 당 80위안, 팝콘은 50위안인데...
그렇다면 240위안+50위안=290위안.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지니
아무 말도 없이 서비스조로 가져왔던 땅콩이 50위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계산은 맞지 않습니다.
땅콩을 추가해도 340위안인데 380위안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냥 '바가지 가격' 불러봤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미안한 표정이 있을리 없는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는 종업원을 보면서
기어코 소리 한번 지르고, 결국 290위안으로 셈을 했지요.

중국 출장 갔다가
어디서나 당하기 쉬운 바가지 상혼을 경험했다고 치면 간단한 일이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 뻔뻔한 종업원이
어디 저한테만 바가지 씌우려 했겠습니까.
거의 모든 한국인이나 외국인한테 그 짓거리를 할텐데..
그리고 걸리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행동할테고요.

그 카페에서의 나쁜 추억은
싼리툰 바 스트리트에 대한 나쁜 추억으로
또다시 중국 출장에 대한 나쁜 추억으로 남습니다.

굿바이 Sanlitun Bar Street...
앞으로 다시 싼리툰 바 스트리트에 갈 일은 없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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