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버려라” 소비자 지갑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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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탄산음료는 흔들면 안 된다’ ‘신사복은 젖으면 망가진다’ ‘마스카라 바를 때 손을 떨면 화장이 번진다’.

상식으로 여겨질 정도로 익숙한 고정관념이다. 이런 생각을 정면으로 뒤집는 상품과 서비스가 불황에 기업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발상의 전환으로 시장을 새롭게 읽었다는 점.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이나 기능을 제공해 닫힌 지갑을 열고 고객층을 넓혔다.

#재미를 준다

탄산음료는 흔들어 따면 탄산가스가 치솟으면서 음료가 넘친다. 하지만 흔들어야만 마실 수 있는 탄산음료는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코카콜라의 ‘환타 쉐이커 흔들흔들’과 롯데칠성의 ‘아일락 쉐이킷 붐붐’은 차갑게 냉장한 뒤 10번 정도 세게 흔들면 탄산을 담은 젤리가 잘게 부서지는 젤리형 탄산음료다. 아일락 쉐이킷 붐붐은 출시 첫 달인 3월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성기승 롯데칠성 팀장은 “음료수 신제품이 보통 첫 달에 3억~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걸 감안하면 대박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환타 쉐이커도 지난달까지 2300만 캔이 팔려나갔다.

#새 고객 창출

‘과자는 아이들 간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성인을 위한 과자로 컨셉트를 맞춰 재미를 본 과자도 있다. 저출산으로 어린이 과자 시장이 줄어들자 제과업체들이 어른용으로 눈을 돌린 것. 해태제과는 성인병 예방과 노화 방지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재료를 사용한 과자 브랜드 ‘슈퍼푸드클럽’을 2월 출시했다. 한 달 평균 매출액은 30억원대로, 맛동산·홈런볼 같은 이 회사 간판 히트상품과 맞먹는다. 롯데제과도 30~40대 중장년층을 겨냥한 쌀과자 브랜드 ‘순수미소’를 선보였다. 어른 입맛에 맞게 재료를 고급화한 오리온의 ‘마켓오’ 과자는 한 박스에 3000~4000원 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50억~60억원어치가 팔린다.

#색다른 기능

제일모직 로가디스는 물만 뿌리면 세탁이 되는 신개념 의류인 ‘샤워 수트’를 3월 내놨다. 신사복은 물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특수한 방적과 제직 기술을 접목해 실과 실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이곳에 물이 들어가면 오염물질이 씻겨나가는 원리다. 불황으로 남성 정장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추가 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다. 랑콤은 진동 기능을 넣은 마스카라 ‘오실라시옹’을 선보였다. 마스카라를 바를 때 지그재그로 손동작을 하는 데 착안해 1분에 7000회가량 미세한 떨림을 주는 상품을 고안한 것. 손이 떨리면 화장이 번진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아이디어다. 랑콤 김동림 홍보차장은 “오실라시옹의 최근 3개월간 매출액은 역대 최고 베스트셀러인 ‘버츄어스’ 마스카라보다 49% 더 높다”고 말했다.

#미래 고객 잡기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사진 촬영용 의상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했다. 취업난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학생을 위해 50만~100만원대의 여성 정장을 무료로 빌려줬다. 행사 시작 이틀 만에 한 달치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노희주 미아점 의류패션팀장은 “행사장을 방문한 3000여 명의 입소문 효과로 잠재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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