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로 국내 해운·수출입업계 물류비 부담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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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엘니뇨에 따른 기상이변의 불똥이 국내 해운.수출입 업계로 튀고 있다.

중남미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의 수심이 계속 낮아지면서 통과선박에 대해 중량 제한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업계는 한 번에 실어나를 수출입 물량을 여러 차례로 나눠 운반해야 하는 불편은 물론 물류비용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관리위원회는 가뭄이 계속되자 지난 83년 이후 15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3월12일 운하통과 선박의 흘수 (吃水.선박이 물에 잠기는 깊이) 를 제한했다. 위원회는 이후에도 제한을 강화해 12.04m이던 흘수는 지난 7일 현재 10.51m로 1.53m나 낮아졌다.

흘수제한은 곧 선박의 중량제한을 의미하기 때문에 선사들은 앞다투어 큰 배를 작은 배로 교체하고 있다.

파나마운하에서 운항되는 컨테이너선은 4천TEU급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 , 곡물.석탄.철광석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은 5만5천t급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각각 2천~3천TEU급, 4만t이하 선박으로 바뀌었다.

운임도 크게 올랐다. 40피트 컨테이너 한 대의 운임은 2천3백달러에서 2천6백달러로 3백달러나 상승했다. 여기에다 75달러의 운하통과 할증료까지 추가로 붙는다.

이같은 파나마운하의 중량제한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곳은 수입 의존률이 90% 이상인 옥수수.콩.밀 등 곡물 수입업체. 옥수수의 경우 50% 이상, 콩.밀은 수입물량의 20~30% 가량을 미국과 남미국가에서 선적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관련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 범양상선 차영민과장은 "선박 교체와 함께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항로를 개발중" 이라고 밝혔다.

또 제일제당 관계자는 "재고가 충분해 당장의 피해는 미미하지만 중량제한이 계속될것을 대비해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선적항을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바꾸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kjh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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