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많은 강경식씨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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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강경식 (姜慶植) 전부총리에게 직무유기죄 외에 직권남용죄를 추가로 적용한데 대해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진도그룹과 울산 주리원백화점에 대한 은행대출과 관련, 姜전부총리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한 것은 한보사건 때 검찰이 이석채 (李錫采).한이헌 (韓利憲) 전경제수석을 사실상 무혐의 처리한 전례에 비추어 법 해석에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검찰은 李.韓전수석이 산업은행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한보측에 추가 융자를 하도록 종용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직권남용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姜씨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면 대출을 해준 은행장들도 배임죄로 처벌해야 하는데도 검찰은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아 '표적수사'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姜씨가 지난해 10월28일~11월17일 사이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토록 한 행위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검찰은 "당시 재경원의 한 고위공무원조차 일기장에 '외환시장 개입에 (姜전부총리의)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 고 적었다" 며 외환시장 개입중단을 姜씨의 중대한 과오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같은 검찰 논리대로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않은 행위에는 직무유기죄가, 개입 또는 개입중단을 지시한 행위는 직권남용죄가 적용되는 모순이 생긴다.

한편 검찰은 "김영삼전대통령의 서면답변 내용은 姜씨와 사전에 내용을 협의한 것이어서 증거로서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고 말해 이번 수사에서 金전대통령의 답변내용은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결국 金전대통령과 임창열 (林昌烈) 전 부총리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검찰이 林부총리의 주장을 사실상 모두 받아들여준 셈이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林전부총리가 金전대통령으로부터 IMF지원 사실을 미리 지시받았는지에 대해 영장에 언급하지 않는 대신, 姜전부총리에게는 업무인수인계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또 검찰은 姜전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지난해 11월10일 이전 외환위기 실상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金전대통령은 서면답변서에서 "10일 업무보고 때 姜전부총리로부터 IMF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고 주장, 앞으로 법정에서 증거관계를 놓고 상당한 시빗거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철근·이상복 기자

〈jeconom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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