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SK]구조조정 청사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현대와 LG.SK 등 3개그룹이 7일 내놓은 구조조정 계획은 전날 발표된 삼성의 구조조정 내용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외자유치와 주력업종으로의 사업분야 집중, 재무구조 개선 계획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날 발표된 3개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은 전날 발표된 삼성과 함께 일단 질적인 면에서 과거에 내놓았던 것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력업종의 윤곽을 대체로 밝혔고 이를 위한 계열사 통폐합 계획, 현재 진행중인 외자유치 내용도 일부나마 공개했다.

특히 국가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외자유치의 경우 4대그룹의 목표가 모두 2백2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4대그룹의 외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외채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은 자체 필요성보다는 정부 요청에 따라 작성된데다, 이들이 국제시장에서 한꺼번에 외자유치에 나설 경우 과연 실효성이 얼마나 있겠는가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룹마다 '정부에서 바라는 기대수준' 에 맞추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이는데다 타그룹의 발표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구조조정 계획의 작성과정에서부터 다소 무리가 따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현대 =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4개 그룹중 가장 많은 85억달러의 외자를 2002년까지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92%인 78억달러를 내년말까지 유치한다는 계획. 특히 현대전자는 2000년까지 40억달러를 도입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또 현대해상화재 등 9개사를 계열분리하겠다고 밝혀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그룹분할구도의 일각을 내비쳤다.

일단 분할대상에 오른 현대해상은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의 7남 몽윤 (夢允) 씨, 금강개발은 3남 몽근 (夢根) 씨, 한국프랜지는 매제인 김영주 (金永柱) 씨가 각각 지배주주로 있다.

총수의 사재출연은 지난 1월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때는 없었던 부분. 당초 이 부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현대는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듯 鄭씨 일가가 2002년까지 2천8백19억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는 고용안정 문제와 관련, 임금.복지비용 축소 등을 통한 인건비절감으로 인원감축 규모를 최소화하는 한편 인위적인 정리해고보다는 희망퇴직을 우선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 특별한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LG=65억달러의 외자유치를 위해 사업매각이나 외국인 지분유치 등을 통해 62억달러를 조달하고, 3억달러는 국내 부동산을 매각후 임대하는 조건으로 처분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유치대상은 화학.통신.가전 등 모든 사업분야를 망라하며, 현재 협상 추진중인 PCS.민자발전 등 22개 사업 (11억달러 상당) 중 1~2건은 6월중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측은 "이익을 내는 사업도 과감하게 팔 수 있다" 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차입구조 개선을 위해 연내 6억달러를 장기저리로 도입하고 폴리카보네이트 등 신규사업에서도 다우케미컬 등 외국사와의 합작을 통해 3억달러 상당의 외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주력사업을 화학.전자 등 3~4개로 줄일 경우 현재 52개인 계열사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특별휴가제, 전환배치, 임금 및 상여 조정 등 고통분담을 통해 정리해고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LG는 그러나 이같은 구조조정을 "가급적 빠른시일내에 완료할 방침" 이라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SK=45개의 계열사를 4개분야 10여개사로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상호 관련성이 높은 계열사는 이 과정에서 대거 합병한다는 것이다.

또 20억달러의 외자 유치와 별도로 비핵심사업 및 자산매각을 통해 4억달러 상당의 유동성을 확보해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이내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유규하.이재훈 기자 〈ryuh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