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석방이 최우선” 미국, 북한에 유화 제스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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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이 온정을 베풀어 여기자 2명을 추방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온정을 베풀어 그들을 추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미 정부 고위 인사 발언 중 가장 직설적으로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백악관과 국무부도 이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을 스스로 평가절하하면서 석방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여기자 2명의 석방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 당분간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추방형식 석방 희망”=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이날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왔다. 미국이 원하는 바를 돌려 말하지 않고 분명하게 북한에 전한 것이다.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건은 인도적 문제”라며 “(핵문제 등) 다른 문제와 연계된 것이 아니며, 북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미 여기자 석방 교섭을 위해 미국 정부가 북한과 접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CNN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앨 고어 전 부통령 또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이미 북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에 대한 북한 측의 답변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 낮아=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놓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는 클린턴의 전날 발언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는 “미 의회가 국무부에 재지정 가능성을 검토해 보기를 원한다면서 보낸 서한을 언급한 것”이라며 “의회가 요청하면 이를 살펴보는 것은 의례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가 적극적으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색스비 챔블리스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8명은 3일 북한의 최근 도발행위와 관련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클린턴 장관에게 보낸 바 있다. 백악관 기브스 대변인도 “테러지원국 지정을 위한 법령은 일련의 필요조건들이 명백히 있다”고 말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각계의 석방 호소=여기자 2명의 가족들은 이날 “수용소 생활이 건강을 악화시킬까 우려된다”며 북한에 조속한 석방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이 속한 방송사 커런트TV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도 “징역형 결과를 보며 비통한 느낌이었다”며 “진실을 찾기 위해 목숨마저 거는 이들에게 우리 모두 빚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도 이날 “북한은 하루빨리 이를 취소하고 두 기자가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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