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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향상법] 몰입의 즐거움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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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학부모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게임을 하거나 TV를 볼 때는 몇 번씩 불러도 듣지 못하는데 공부만 하려 들면 왜 그럴까. ‘좀 진득하니 앉아 공부 좀 하지 왜 저렇게 집중을 못 할까’.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공부도 느슨해지는 시기.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집중하는 시간은 짧아져 간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고,

집중력 키우는 방법을 알면 ‘공부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사당오락(四當五落)’이란 말이 있다. 하루 네 시간 자고 공부하면 대학에 합격하고 다섯 시간 이상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오래 공부한다고 좋을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양보다는 질이다. 그래서 ‘사당오락’의 올바른 표현은 ‘5시간 이상 산만하게 공부하면 떨어지고 4시간 집중하면 합격한다’가 맞다. 교육 전문가들은 “기질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5% 정도이고, 대부분 후천적인 이유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집중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아이는 전문가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훈련하면 훨씬 좋아진다. 공부 잘한다는 공신(gongsin.com) 회원들이 추천한 ‘집중력 향상’ 방법을 알아본다.

공부시간의 데드라인을 정해라

시험을 보기 직전 벼락치기로 공부해 효과를 본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시험 하루 전이나 몇 시간 전에는 긴장감 때문에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른다. 정해진 시간 내에 원하는 분량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에 최고 속도가 붙게 되는 것이다. 시험기간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공부시간의 ‘데드라인’을 정하면 집중에 도움이 된다.

▶1단계=공부를 시작하기 전 목표를 끝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해본다. 이때 알람시계나 스톱워치를 이용하면 게임을 하는 것처럼 즐길 수 있다. 예컨대 수학 10문제를 30분 안에 끝내겠다는 각오로 책상에 앉아 필기도구를 든 다음 알람시계를 맞춘다. ‘몰입’ 전문가인 서울대 재료공학과 황농문 교수는 “사람은 절실한 상황이 되면 머릿속에 딴생각이 끼어들 틈이 생기지 않는다”며 “평소 혼자 공부할 때도 시간을 정해놓으면 잡념 없이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단계=‘데드라인 학습법’으로 공부를 하다 어느 순간 공부할 의욕을 잃었다면 계획표의 시간을 더 세밀하게 나눠 데드라인을 자주 경험한다. 예컨대 평소 9시부터 11시까지 수학, 1시부터 3시까지 영어 식으로 계획을 짰다면 9시부터 30분간 수학 ○쪽 예제 풀기, 30분부터 40분까지 틀린 예제 다시 풀기 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3단계=때론 마음이 가장 평온한 상태일 때 집중력이 생기기도 한다. 황 교수는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복식 호흡이나 명상을 하면 도움이 된다”며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집중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많이 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벽의 눈높이에 작은 점 하나를 찍어두고 그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보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딴생각 노트’를 만들어라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집중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금방 알아챈다. 그래서 ‘이러면 안 되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집중하게 된다. 한국집중력센터 이명경 소장은 “반대로 집중력이 낮은 사람은 자기가 딴생각을 하는지 금방 알지 못하고 한참 뒤에야 깨닫고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딴생각을 했네. 나는 왜 집중을 못 하지. 머리가 나쁜가’라며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1단계=집중력 점수판을 만들어본다. 공부할 때 종이 한 장을 옆에 두고 딴생각이 날 때마다 그 내용과 시간을 쓴다. 공부에 방해가 됐거나 1분이라도 계획에서 벗어났다면 집중력이 깨진 시각과 방해거리의 종류, 방해거리를 해결하는 데 들인 시간을 적는다. 예컨대 공부를 하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면 통화를 시작한 시각, 끝낸 시각을 기록한다. e-메일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해 공부 집중력을 잃은 시간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다 끝낸 뒤 방해 요인을 ‘긴급(어쩔 수 없는 방해거리)’, ‘중요(꼭 처리해야 할 방해거리)’, ‘낮음(미뤄도 되는 방해거리)’ 등으로 분류한다. 경원대 교육대학원 김순혜 교수는 “집중을 방해하는 게 어떤 것이고, 자신의 집중 스타일은 어떤지 파악해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권했다. 소음이나 심부름 등 주위 환경이 문제라면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2단계=책으로 공부할 때보다 ‘딴짓’의 유혹이 더욱 큰 순간이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다. 인강을 듣다 인터넷 서핑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컴퓨터 옆에 노트를 준비해 하나씩 메모해 놓는다. 강의가 모두 끝난 후 찾겠다고 다짐하면 인강을 듣는 동안 ‘지금 안 찾아보면 잊어버릴 텐데’ 하는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평소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딴생각이 날 때마다 적으면 자신의 잡념을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다. 만약 딴생각이 중요한 일일 경우 잊어버리지 않는 효과도 있다.

▶3단계=‘딴생각 노트’로도 해결이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딴생각이 들 때마다 ‘그만’이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한번 시작된 잡념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딴생각에 빠져 있다고 깨닫는 순간 ‘그만’ 하고 소리치며 책상을 치거나 머리·손 등을 흔들어 잡념을 날려버린다. 김 교수는 “의도적인 몸짓이지만 순간적인 잡념을 떨칠 수 있다”며 “꾸준히 하다 보면 잡념이 오래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현 기자

집중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

● 보상을 즐겁게 상상한다

목적을 이뤘을 때의 보상을 정하고 공부를 하면서 그 즐거움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본다. 예컨대 가고 싶은 대학의 캠퍼스를 여유 있게 걷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

라이벌은 인간의 투쟁 본능을 자극해 상대를 이겨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한다. 그 힘이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혹은 자신의 목표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언한다. 예컨대 ‘나는 꼭 ○○대에 합격할 거다’ ‘이번 시험에서 ○등 안에 들 것이다’ 등.

● 셀프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한다

자기가 공부하는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본다. 어떤 때 집중하는지, 집중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자신의 집중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여러 번 녹화해 분석하면 자신만의 집중력 높이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감각훈련을 한다

오감 중 하나에 의식적으로 정신을 집중한다. 예컨대 시각훈련을 위해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를 홀로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을 하면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한 가지 물건을 뚫어지게 보거나 숫자를 반복해 세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평소에는 집에서 공부를 하지만 집중이 안 된다면 도서관에 간다. ‘딴생각하기에는 차비와 밥값,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 집중하게 된다.

● 골드타임을 이용한다

누구에게나 하루 중 특별히 집중이 잘되는 시간이 있다. 새벽이나 한밤중 등 자기만의 황금시간대에 다른 일은 참고 공부에 투자한다.


공부집중 방해하는‘공공의 적’은 문자·메신저·MP3·호기심 …

책상 앞에 1시간 이상 앉아 있어도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은 고작 10여 분. 집중이 안 되는 이유를 콕 집어 말하긴 힘들다. 우울하거나 불안해 집중을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공부 집중을 방해하는 ‘최고의 적’은 무엇일까.

▶무서운 ‘미디어 중독’=공부하겠다며 책상 앞에 앉은 아이 귀에 MP3 이어폰이 꽂혀 있다. 음악에 맞춰 발과 머리로 장단을 맞추다 입으로 흥얼거리기까지 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거의 10분 간격으로 온다. 들고 있던 필기구를 놓고 친절하게도 답신을 보낸다.

『초등부모 공부심리백과』 저자 최연신씨는 “집중력이 낮은 아이일수록 주위 환경에 민감하고 쉽게 산만해진다”며 “유혹 대상에서 벗어나려면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정한 박자가 반복되는 바로크 음악은 단순 암기나 수학 문제를 풀 때 효과가 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영어 공부를 하다 ‘What are your plans for this coming week end?(이번 주말에 계획이 어때요?)’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머릿속에서는 ‘이번 주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서 뭘 타고 놀까’ 하는 계획부터 ‘숙제가 많아 못 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 중 ‘잡념’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생각이 나면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책을 몇 페이지 읽었지만 무슨 얘기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잡념 노트’. 공부를 하다 집중에 방해가 되는 생각들이 떠오르면 노트에 쓴다.

▶호기심이 지나치게 많을 때=활동적인 아이들은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공부를 하다가도 책상 위에 놓인 필기구를 분해하는가 하면, 책장에서 이 책 저 책을 꺼내 뒤지기도 한다. 실컷 뛰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운동이 산만한 기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집중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짧은 시간 단위로 공부할 수 있게 한다. 평균 집중 시간을 파악해 20~30분 단위로 끊어 공부한다.

▶왜 공부하나 이유 몰라=중·고등학생 중 공부 집중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동기 부여’다. 한국집중력센터 이명경 소장은 “특히 부모가 이끄는 대로 공부하는 아이들의 경우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 집중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공부에 대한 동기가 없으면 흥미를 가질 수 없고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라든지, 넓은 세상을 배우기 위해서라든지.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가 집중력을 높인다.

▶자기 수준보다 높은 학습=사람은 스스로 감당이 안 되면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 자기 수준이나 실력보다 월등히 어려운 내용을 공부할 때는 맥이 끊긴다. 이럴 때는 겸손하게 자기 수준의 난이도를 생각해 보는 게 상책이다. 공부의 흐름을 끊는 난해한 내용이나 고난이도 문제는 일단 체크하고 넘어간 다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 덤벼들어야 한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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