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수십년 했는데 … 내 자신을 믿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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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천 현대하이카다이렉트 실장이 전화를 받고 있다. 중국집을 하던 최씨는 세 번 도전 끝에 콜센터 상담원이 됐고, 한 해 7억원의 계약 실적을 올려 정규직 영업관리자로 발탁됐다. 이모작은 실패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성공의 시작이다. [김상선 기자]

이모작, 사전적 의미는 같은 땅에 1년에 두 번 농사 짓는다는 뜻이다. 때론 처음 심은 벼보다 나중에 심은 보리가 농가에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인생 이모작도 마찬가지다. 이모작에 나선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그래도 어려움이 없을 리 없다. 다니던 직장을 나오면 주눅도 들고, 자신감도 잃는다. 생계에 대한 부담도 크다. 그래도 도전하면 길은 열린다. 이모작 성공기를 들여다봤다.

# 신입사원처럼 다시 시작

안상주 해피의료기 상무의 이모작은 2006년 구조조정과 함께 시작됐다. 화장품 회사에서 상무로 있으며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아랫사람을 그만두게 하면서 자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 처음엔 식당을 차릴까 고민도 했다.

그러다 지인으로부터 회사를 소개받았다. 월급은 10% 정도 줄었다. 회사가 경기도 이천이라 기숙사에 머물면서 주말부부가 됐다. 그는 “신입사원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관리 업무뿐 아니라 생산·영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사이 매출이 20~30% 늘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해결책이 나왔다. 수십 년 다져진 경험의 힘이었다. 그의 요즘 월급은 예전 회사에서 받던 것보다 더 많아졌다.

그는 “젊은 사람에 비해 영어나 컴퓨터 실력이 뒤처진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직장 생활을 수십 년 할 수 있었다면 반드시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기회는 주변에 있다

“중고차를 팔겠다고 인터넷에 올렸더니 5분 만에 전화가 오더라니까.” 이종찬씨는 요즘 인터넷 상거래 재미에 빠져 있다. 온라인은 그에게 완전히 다른 세상을 선물했다. 그는 서초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하는 ‘어르신 온라인 창업 아카데미’의 단장이다. 교육이 끝나는 대로 창업도 할 생각이다.

한식·양식 조리사 자격증도 땄다. 직업 교육을 하는 폴리텍대학에서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지나치기 쉬운데 큰 도움이 되는 제도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버 세대는 인터넷이나 요리가 다른 세상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에 나와 관계없는 것이란 없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이모작은 돈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녀 부양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이모작이야말로 자기 성취를 위한 도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잖아. 수입이 생겨 기부까지 하면 더 좋고.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컴퓨터 강추야.”

# 이모작은 꿈을 이루는 기회다

김준수씨는 공장장이 꿈이었다. 그래서 본사 근무를 마다하고 현장을 택했다. 20년 직장 생활을 했지만 아쉬웠다. 생산의 일부를 담당하는 부장을 끝으로 회사를 나왔다. 친구와 함께 학원 사업도 해봤다. 여기까지는 다른 퇴직자들과 같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노사공동재취업센터가 다리가 됐다.

이력서 쓰는 법부터 배웠다. 단순히 생년월일과 경력만 쓰는 이력서는 구닥다리가 됐다. 자기를 확실하게 홍보하는 신세대식 이력서도 써보고, 재취업에 필요한 교육도 받았다. 4개월여 만에 기회가 왔다. 육포 제조업체였다. 김씨는 여기서 생산 전반을 총괄한다. 그는 “재취업을 하지 않았다면 꿈을 이루진 못했을 것”이라며 “이모작을 결심했다면 시간이 걸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책임과 함께 권한도 커져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지위·학벌·나이 모두 잊어라

나이 마흔. 예전엔 한창 일할 때지만 요즘은 퇴직을 걱정하는 나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엷어지자 스스로 변화를 만들기도 한다. 최윤천씨는 이미 인생 3모작에 들어섰다. 첫 직장은 고향의 작은 신협이었다. 좀 더 큰 도시에서 기개를 펴고 싶었다.

서울로 올라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해 잠실에 작은 중국집을 열었다. 재건축으로 손님이 뜸해지자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연히 현대하이카다이렉트 보험의 상담원 모집 광고를 봤다.

수많은 주문 전화를 받아서 고객 응대엔 자신이 있었다. 2007년 11월 입사한 그는 이듬해 7억원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 그는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한다”며 “재취업을 하면 과거 나의 지위·학벌, 그리고 나이도 잊어라”고 충고했다. 최씨는 입사 1년6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상담원에서 정규직 영업관리자가 됐다.

김영훈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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