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입수 외환위기 관련 김영삼 전대통령 답변서]YS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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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 전대통령이 지난 2일 검찰에 낸 답변서는 한 편의 보고서와 같다.'머리말' '참고사항' '답변' 등 세 대목으로 나뉘어 있는 이 답변서에서 金전대통령은 환란 위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까지 곁들이고 있다.

金전대통령의 답변서에서 문제의 임창열 전경제부총리의 책임관련 부분은 오히려 빙산의 일각이다. 검찰이 던진 48가지 질문중 47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金전대통령은 林전부총리에게 임명 전부터 임명 당일까지 IMF구제금융을 신청키로 확정한 사실을 '여러 차례'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답변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金전대통령이 현 정부의 경제실정 (失政) 수사에 대해 불만을 직접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환란 관계자에 대한 사법적 책임 규명에 대해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며 '표적 수사' 라는 단어까지 동원하고 있다.

강경식 (姜慶植) 전경제부총리를 경질한 것도 "민심수습용과 IMF협상에 적절한 금융전문가로 교체한 것이지 직무유기 책임을 물은 것은 아니다" 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대목은 현 정부의 경제실정 수사에 대한 반감을 강력하게 표출한 것으로 신.구 여권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金전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당장 현 정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다.

경제실정 수사를 둘러싸고 신.구 여권의 갈등이 표면화됨으로써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불거질 소지가 있다. 더구나 여권은 지방선거후 환란 위기를 불러온 책임소재를 가리는 경제청문회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왔다.

때문에 경제청문회가 실현될 경우 한바탕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金전대통령의 이같은 답변서에 대해 현 여권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 지가 관건이다.

여권의 대응에 따라선 金전대통령의 답변서는 정국에 태풍을 몰고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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