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검찰답변서 전문입수] YS "환란수사는 표적수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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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은 검찰에 제출한 환란 (換亂) 관련 답변서에서 "이번 수사는 강경식 (姜慶植) 전 부총리나 김인호 (金仁浩) 전 경제수석비서관 두 사람을 '표적' 으로 해 직무유기죄를 범했다는 혐의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며 "당시 본인이 보고 겪은 사실에 입각하면 그런 혐의사실이 인정될 만한 일은 추호도 없었다" 고 주장했다.

金전대통령은 특히 임창열 (林昌烈) 전 경제부총리에게 정부가 IMF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했음을 알려 준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세 차례 이상인 "여러 차례 같은 뜻을 고지했다" 고 밝힌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본지가 지난 2일 金전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제출한 46쪽짜리 답변서 전문을 단독 입수해 확인한 결과다.

金전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지난해 11월12일이나 13일경 당시 林통산부장관에게 전화로 '외환위기 해결을 위해 IMF지원금융을 받아야 하는데, 林장관을 책임자인 경제부총리로 임명할 생각' 이라고 말해 줬다" 고 밝혔다.

답변서에는 또 "그 후에도 11월17일까지 몇 차례 전화로 같은 뜻을 말했고 11월17일과 19일에는 청와대 집무실에서 'IMF지원금융을 포함해 姜부총리가 추진해 온 사항을 잘 승계받아 발표하라' 고 했다" 고 기술돼 있다.

金전대통령은 "정책의 방법이나 시기선택 등에 관한 잘잘못에 대해 견해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고 거듭 밝혀 현 정부의 경제실정 수사에 대한 불만도 직접 털어놨다.

金전대통령은 '경제악화 및 외환위기 원인' 도 기술하며 "96년 노동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당시 야당의 원천봉쇄로 고용조정제도가 제외된 채 통과돼 97년초 노동법파동이 일었는데 IMF사태후인 금년 2월에야 시행이 가능해졌다" 고 밝혀 환란책임이 현 여권에도 있음을 적시했다.

金전대통령은 답변서 말미에 "오늘날 경제위기를 초래한 궁극적인 책임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본인에게 있음을 통감한다" 며 "경제분야에서 좀더 면밀히 분석하고 장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유감스럽다" 고 밝혔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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