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수 꽃피는 시기 빨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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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과수원 3만㎡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권윤경(51·경남 함양군 수동면)씨는 지난달 4일부터 20일까지 1차 열매솎기(적과·摘果)를 했다. 이는 지난해 5월 7일부터 13일까지 솎기를 한 것보다 사흘 빨리 시작하고 기간은 2배 이상 길어졌다.

요즈음 무더운 날씨로 단감 꽃이 지난해 보다 빨리 피면서 열매솎기 작업을 하느라 농촌이 바빠졌다. 농민들이 일손 부족을 호소하자 경남도청 공보관실 직원 20여명은 3일 밀양시 상남면 남산리 단감농가에서 열매솎기 작업을 도와줬다. [경남도청 제공]


꽃피기 전인 3월의 기온이 작년보다 높아 꽃이 일찍 피고 열매도 그만큼 빨리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손은 작년의 절반인 하루 10명씩밖에 구하지 못했다.

권씨는 “열매솎기 시기가 모내기 준비기와 겹치고 숲 가꾸기사업 등에 일손을 빼앗기면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농촌 풍경이 점차 바뀌고 있다. 과수의 꽃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열매솎기 시기와 병충해 방제 등이 그만큼 앞당겨 진 것이다.

경남도농업기술센터가 올해 과수의 꽃 만개일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2~4일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후지)는 지난해보다 사흘 빠른 4월23일 만개했다. 배(신고)는 만개일이 4월 7일로, 지난해보다 이틀 빨랐다. 단감은 작년의 5월 26일보다 나흘 빠른 5월22일 만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꽃 피기 전 3월 평균 기온이 8.7도로 작년보다 0.6도, 평년(30년 평균)보다 1.4도 높았던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단감은 모내기(5월 하순~6월 초순)가 한창인 요즘이 열매 솎기를 할 시기여서 농가에서는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질병 조기확산 우려=단감은 둥근무늬낙엽병이 조기 확산할 우려가 크다고 경남도농업기술원은 밝혔다. 가을 낙엽이 떨어지기 한 달여 전에 잎이 빨갛게 변해 떨어지면서 과실이 잘 자라지 않는 이 병은 봄철에 더운 날씨가 이어진 뒤 비가 내릴 경우 많이 퍼진다. 한번 걸리면 3년을 방제해야 한다. 농업기술원은 이 병의 방제시기를 앞당겨 줄 것을 농가에 당부하고 있다.

배·사과도 과일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붉은별무늬병과 검은별무늬병이 빨리 퍼질 수 있어 봉지 씌우기 전에 철저한 방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직원 황갑춘(49)씨는“지구 온난화로 과수의 꽃피는 시기가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며 “그만큼 열매솎기와 병충해 방제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뜨거운 5월=5월의 경남지역 평균기온은 평년(17.3도)보다 1.4도 높은 18.7도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밀양이 19.5도로 가장 높았고 진주 19.3도, 합천 19.2도, 마산 19.1도, 남해 19.0도, 산청 18.6도, 통영 18.4도, 거창 17.5도 순이었다.

밀양은 1973년, 진주는 1969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다. 이처럼 높은 온도에다 물이 필요한 봄철에 적절히 비가 내리면서 사과와 배,단감의 작황이 아주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사과·배는 과실이 자라는 시기, 단감은 열매가 생기는 시기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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