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한국 소비자 수준 높아 법인 만들어 직접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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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스위스 화장품 회사인 라프레리 그룹은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전년보다 13% 늘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이 성장의 원천이다.

최근 방한한 더크 트랩먼(사진)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위기로 미국 시장은 성장이 둔화됐지만, 아시아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소비자 수준이 높은 한국 시장을 특히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프레리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80개 국가 중 한국·일본·홍콩이 모두 이 회사의 매출액 순위 10위권에 드는 큰 시장이며, 성장률도 전체 평균을 웃도는 ‘기대주’들이다. 한국의 매출액 기준 순위는 7위권이다. 그는 홍콩·일본을 방문하는 아시아 출장길에 한국에 들렀다.

트랩먼 CEO는 “기초 화장품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 성향과 스킨 케어에 강한 라프레리의 제품군이 잘 맞아떨어졌다”며 “과학적이고 앞서 가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신 기술을 화장품에 구현하는 라프레리의 장점이 잘 어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라프레리는 에이전트에게 줬던 한국 판매권을 회수하고 올 1월 법인을 세워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춘 상태다.

라프레리는 본사가 있는 스위스의 이미지가 그런 것처럼 작지만 알찬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4억 스위스프랑(약 4600억원·출고가 기준)으로, 세계에 뻗어 있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치고는 많지 않다. 대신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화된 상품을 만들어내는 사업 전략으로 노화 방지(안티에이징) 분야에서 고급 화장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고급 식재료인 캐비어(철갑상어알) 추출물을 넣은 라프레리 크림은 특히 유명하다. 트랩먼 CEO는 “사실 원료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며 “유효한 성분을 피부까지 전달하는 기술력이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기업으로서는 많은 액수인 매출액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제품 혁신을 이룬 뒤에는 마케팅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근 해양 추출물을 넣은 크림을 출시하면서 제품 판매액의 일정액을 바다 환경보호 기금에 기부하도록 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유럽의 전설적인 스쿠버 다이버의 가족이 운영하는 재단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구사한다. 립스틱과 같은 색조 화장품은 미국 등에서만 일부 판매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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