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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교육의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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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중이가 좋아하는 도라에몽을 이용해 즐겁게 영어를 가르치는 조상은씨.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엄마표 영어 교육의 효과?
눈높이 수업+ 정보 교류, 학비 줄이고 친목도 다져

4세까지 듣기·말하기, 5세부터 읽기·쓰기 배워
유아 영어 조기 교육 전문가들은 보통 2세부터 4세까지 듣기·말하기 실력을 키우고 5세부터 읽기·쓰기로 들어가는 과정이 이상적이라고 꼽는다. 서울숲 제스아일랜드 임기숙 원장은 “아이들의 언어학적 뇌는 2~4세때 최상의 수준에달한다”며 “이론적으로 만 4세 이전에 영어환경에 3000시간 이상 노출되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매일 5시간씩 약 2년이면 이 시간이 채워진다는 것. 만 2세부터 4세까지 영어 유아원 수업을 이수하면 원어민 수준의 듣기·말하기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 원장은 “7세가 되면 이미 모국어 외의 언어는 공부로 받아들이는 시기”라며 “시간대비 효율로 따졌을 때 같은 1년을 공부해도 6세에 시작한 아이보다 4세에 시작한 아이가 더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한다”고 말했다.

영어영재 유치원도 생겨
영어유아원이 발달하면서 영어실력이 높은 유아들을 받아들이는 영어영재 유치원도 생겼다. 압구정동 GATE는 5세에서 7세 사이의아이들을 지능검사와 영어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원어민 수준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응시하지만 합격률은 50%가 넘지 않을 정도로 입학이 어렵다. 윤명선 원장은 “발음·문법을 공부한다기보다 내용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수업한다”고 말했다.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자신문을 보며 북핵문제를 토론하는 식이다. 리더십·영재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이수한다. 윤 원장은 “영재교육 자체가 심화교육”이라며 “듣기·말하기가 원어민 수준인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4세 이전에 영어를 시작하지 않은 아이들은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2 ‘내 아이는 내가 가르친다’ 엄마표 영어교육 노하우

만화캐릭터와 외국 사이트 활용하기
조상은(36·여·일산구)씨의 아들 이호중(5)군은 요즘 도라에몽과 영어로 대화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비록 종이에 그린 그림이지만 목소리나 말투는 영락없는 도라에몽이다. 조씨는 “요즘 한창 말문이 트이고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보이는 호중이에게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쳐 보려고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봤는데 효과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인터넷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캐릭터를 찾아 컬러 프린터로 인쇄해 예쁘게 오린다. 다음에는 아이가 외워야 할 영어문장이나 단어를 적은 말풍선을 만들어 마치 만화 캐릭터가 영어로 말하는 것처럼 읽어주고 따라서 말해보게 하면 된다. 영어 교재에 만화캐릭터를 넣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조씨는 “아이들은 자기와 관련이 없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활용해 영어교재(워크북)의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단순한 워크북, 예를 들어 ‘apple’이라는 단어와 사과 그림을 연결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면 한쪽에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넣고 그 캐릭터가 과제나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하는 말풍선을 넣는다.

이렇게 엄마가 조금만 창의력을 발휘하면 단순한 영어교재도 재미있는 놀이교재로 탈바꿈해 아이가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것을 영어 학습 아이템으로 승화시키라는 말이다.이군은 영어로 된 공룡사이트를 매일 방문한다. 물론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떤 아이콘을 눌러야 게임을 할 수 있는지, 공룡에 대한 설명이 적힌 게시판으로 이동하는지 꿰뚫고 있다. 이 과정에서 ‘Game’,‘Dinosaur’같은 단어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조씨는 “아이들은 앞으로 외국서적이나 홈페이지를 참고할 일이 많아질 것이므로 일찍부터 영어사이트를 방문해 두려움을 없애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엄마표 영어의 가장 큰 장점으로 비용대비 효과가 매우 큰 것을 꼽았다. 엄마가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인터넷 등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학습재료를 구할 수 있다. 엄마는 아이의 성향이나 기호를 가장 잘 아는 선생님이기에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품앗이 교육으로 영어실력과 인성까지 쑥쑥
박명숙(30·여·동선동)씨는 지난해 8월부터 마음 맞는 엄마 4명과 품앗이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아들 이정우(5)군은 매주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친구들과 영어노래에 맞춰 춤도 출수 있고 간식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씨가 선생님으로 나서는 날에는 더욱 신이 나서 귀를 쫑긋 세운다. 처음에는 수업시간을 1시간으로 정했는데 하다 보니 이제 3시간이 됐다. 박씨는 “어려운 단어를 쉽게 가르치기 위해 다양한 액티비티를 동원해 수업을 한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Hedgehog(고슴도치)’라는 단어가 나오면 점토와 이쑤시개로 직접 아이들과 만들어보고 사진과 비교하는 식이다. ‘Scale(비늘)’이라는 단어를 배울 때는 물고기 그림에 반짝이 스티커붙이기를 했다.

‘Bread(빵)’를 설명할 때도도넛과 바게트·식빵 등 여러 가지 빵을 사와 ‘thin·fat·whole’ 등의 단어를 가르쳤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이런 독특한 액티비티들이 탄생한 것. 박씨는 “학원은 정해진 교재만 가지고 수업을 하니까 이렇게 독창적인 액티비티를 하기 어렵다”며 “설사 한다고 해도 엄마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품앗이 영어교육은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들에게 사회성과 경쟁심을 길러준다. 특히 이군은 욕심이 많아 노래도 제일 크게 부르는가 하면 만들기도 가장 열심히 한다.

집에 와서도 그날 배운 영어동화책을 한 번 더 읽고 EBS 영어방송을 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엄마표 영어의 힘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엄마도 공부하게 되고 또래맘과의 교류를 통해 학원 못지않은 정보력으로 무장하게 되는 것도 이점이다. “아이들에게 영어도 가르치고 사교육비도 줄이고 엄마들끼리 친목도 다지고. 일석삼조 아닌가요?”


유아영어조기교육은 서양식 예절과 사회성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다.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프리미엄 이지은·송보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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