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부터 만원 러브호텔] 평일에도 중·대형 승용차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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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7일 오후 2시쯤 광주군퇴촌면 G러브호텔. 50여실의 여관방은 이미 손님들로 만원이고 주차장에는 중·대형 승용차 50여대가 빈틈없이 들어서있다.

중형승용차 한대가 여관으로 들어오자 종업원이 쏜살같이 나와 가리개로 승용차 뒷 번호판을 가려준다.

바로 옆 R러브호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손님이 넘쳐 승용차가 여관밖까지 세워져 있다.

여관 종업원은 "오후1시부터 5시까지가 피크타임이고 숙박은 절대 사절" 이라며 "조금 있으면 방이 없으니 빨리 들어오라고 손님들에게 재촉한다" 고 귀뜸했다.

같은날 낮12시쯤 퇴촌면에서 1㎞가량 떨어진 남종면 분원리 속칭 '붕어찜' 촌. 40여곳의 붕어찜 식당이 남한강을 끼고 펼쳐져 있는 이곳도 집집마다 중·대형 승용차로 넘쳐나고 있다.

식당안에는 계모임으로 보이는 주부들과 쌍쌍이 짝을 이룬 40~50대 남녀들이 먹고 마시는데 여념이 없다. 일부는 주기가 올라 얼굴이 붉으스레하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광주군퇴촌면 일대가 중.장년층 남녀들의 퇴폐적인 만남의 장소로 변했다. 음식점·러브호텔은 평일 대낮인데도 남녀들로 붐빈다. 이들에게 외환위기는 까마득한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겉모습이 화려한 러브호텔 20여곳은 대낮 영업을 위주로 하고있다.

'낮손님' 의 대부분은 40대 후반에서 50대까지의 중·장년들. 여관측도 승용차 번호판을 가려주는 친절 (?) 을 베푸는등 호객행위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주민 金모 (47·농업·광주군퇴촌면광동리) 씨는 "우리같은 농부들도 최근의 경제난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저사람들은 IMF가 뭔지 모르는 것 같다" 며 "벌건 대낮에 남녀들이 여관으로 드나드는 것을 보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고 말했다.

金씨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이같은 행동을 볼까봐 겁난다" 고 걱정했다.

남종면분원리 주민 崔모 (57·상업) 씨도 "외환위기로 불황이라 하지만 이곳에서는 느낄수 없다. 대부분의 남녀들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곧바로 근처 러브호텔로 직행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일대에서 은밀하게 낮시간을 즐기는 남녀들이 이곳으로 오기위해 만나는 약속장소는 주로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와 중부고속도로 경안톨게이트 바로 옆에 있는 광주군 번천고수부지. 서울등에서 각자 승용차를 몰고와 이곳에서 한대는 주차시켜 놓고 한차에 합승한다는 것. 이때문에 번천고수부지 주변에는 하루종일 주차돼 있는 차가 수십대에 이른다.

중·장년 남녀들 가운데 일부는 이 '만남의 장소' 에서 3~4명씩 짝을 이뤄 즉석 파트너를 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촌면의 한 주민은 "오후 4시30분이 지나면 퇴촌일대와 양평등지에서 낮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가려는 아베크 족들로 서울방향 도로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는다" 고 말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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