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안부 배상판결' 신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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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법원의 27일 한국인 군대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일부 지급판결은 마냥 환영해야 할 일일까. 정부는 이 판결이 자칫 위안부 피해자 국가배상문제에 '면죄부' 를 줄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8일 "군대위안부 피해자와 단체가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 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결이 1심인데다 일본 정부 입장이 바뀐 것도 아닌 만큼 초연한 태도로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외통부측은 이 판결로 일본 정부측의 국가배상 책임이 적잖이 '희석'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일제때의 군대위안부 동원 자체에 대한 배상판결이 아니라는 점이다. 판결문은 "현행 헌법 제정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곧바로 배상입법의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 고 지적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93년 고노 요헤이 (河野洋平) 관방장관의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 담화로 배상 의무를 시인하고도 의회에서 후속 입법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형식이라는 게 외통부의 분석이다.

'국가의 입법 부작위 (不作爲)에 따른 배상' 이라는 표현으로 교묘히 핵심을 비켜갔다는 것이다.

배상금이 아닌 '위자료를 지불하라' 는 문구와 "공식사죄까지 할 의무는 없다" 는 부분도 문제라는 판단이다. 일본 정부가 민간 기금을 통해 피해자에게 돈을 건네주었던 명목도 '위로금' 이었던 때문이다. 정대협 등 우리 사회단체도 이 부분에 유감을 나타냈다.

더구나 총액 5억6천4백만엔의 소송에서 위안부 피해자 3인에게 30만엔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결과도 어처구니없다는 게 외통부측 반응이다.

청와대 당국자가 28일 오전 '환영' 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황급히 취소한 것도 바로 이같은 사정 때문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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