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김성호 본지 논설위원 해학·역설로 엮은 '세상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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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창 잘 나간다고 으스대던 우리를 단 한방의 펀치로 녹다운시킨 IMF충격. '경제 우등생' 이었던 한국을 쏘아 떨어뜨린 '저격수' 는 누구일까. 한국시장의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한 국제 기업사냥꾼인가, 구제금융을 주며 가혹한 조건을 단 아이엠에프 (IMF) 씨인가, 아니면 69억 달러의 외채를 빼내 한국을 삽시간에 외환위기에 빠뜨린 니폰 (Nippon.일본) 씨인가.

중앙일보 김성호 수석논설위원이 지목한 용의자는 수이사이드 (Suicide.자살) 씨. 단기 외채가 얼마나 되는 지에는 눈을 감고, 멕시코같이 돼간다는 경고에는 귀를 막고, 외환보유액이 바닥까지 타들어가는 냄새에는 코를 틀어막은 우리 자신을 빗대 표현한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정통 경제학의 국제판 실사구시적 학문이라는 'IMF 경제학' 을 국민 필수 선택과목으로, IMF한파.IMF체제.IMF무풍지대 등 'IMF 언어학' 을 교양 선택과목으로 배워야 했다.

중앙일보에 매주 한차례씩 연재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사칼럼 '김성호 세상보기' 가 '세상보기' 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생각의 나무刊) .일반인의 상식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신선한 발상, 그리고 톡톡 튀는 문체와 다양한 수사법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국내 언론에 본격 풍자칼럼이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모두 93편. 지난 95년 4월부터 최근까지 게재된 1백40여 편 가운데 골랐다. 단행본의 형식을 감안해 IMF.대선.3김.여성.북한.사회비판.21세기 등 모두 10개의 주제를 선정하고, 각 주제별로 관련 글들을 발표 순서대로 정리했다. 때문에 하나 하나 따라 읽다 보면 지난 3년 동안 우리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확인하게 된다.

특히 국내언론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시사칼럼이 내용과 문체에서 비교적 무거운 반면 저자의 글은 해학과 익살, 농담과 역설, 그리고 냉소와 독설을 섞어가며 어두운 현실을 경쾌하게 그려내 웬만한 에세이를 읽는 이상의 재미와 교양을 동시에 선물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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