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경제실정' 수사…검찰, 외환위기 참고인조사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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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주째로 접어드는 검찰의 문민정부 경제실정 (失政) 수사가 50여명을 출국금지시키고 90여명에 대해선 계좌 등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등 저인망 (底引網)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정책 선택 문제에 검찰수사권이 동원되는 게 옳은가' 라는 반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은 더이상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속전속결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번주가 환란 (換亂) 과 종금사 문제, 개인휴대통신 (PCS) 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을 밝힐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란 수사 = 검찰은 19일까지 이경식 (李經植) 전총재 등 한국은행 관계자와 김용태 (金瑢泰) 전청와대비서실장, 옛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관계자 등 20여명을 소환해 주요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했다.따라서 감사원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의뢰된 강경식 (姜慶植) 전부총리와 김인호 (金仁浩) 전청와대경제수석 등에 대한 조사만 남은 셈이다.검찰은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에 대한 방문.서면조사 여부와 관련, "현재로서는 구체적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은 李전한은총재 등 참고인들로부터 "姜전부총리가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신청을 회피하려 했다" 는 진술을 받았으나 이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입증할 증거수집과 개인비리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姜전부총리 등 2명에 대한 검찰소환은 빨라야 이번주말, 늦으면 다음주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종금사들이 설립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정치인.고위관료들에게 로비자금을 건넸는지 여부와 IMF 구제금융 직전 종금사에 대한 외화지원 과정에서 옛 재경원 간부들의 수뢰여부를 밝히는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검찰은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국제 신인도 추락으로 외환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 데는 김선홍 (金善弘) 전기아그룹회장이 재경원과 힘겨루기를 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판단에 따라 金씨 사법처리를 위한 광범위한 내사 끝에 구체적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경제상황과 최근 정치권에서 경제청문회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의식해 늦어도 5월초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PCS 수사 = PCS사업자 선정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은 한솔PCS와 LG텔레콤 등 2개 회사 최고위 경영진들을 잇따라 출국금지시키고 이들 회사는 물론 관계회사에 대해서도 대대적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전방위 압박작전을 계속하고 있다.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문민정부 주요 이권사업의 하나였던 PCS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을 말끔히 밝히겠다" 고 다짐하고 있어 PCS사업자 선정 경위가 이번 수사에서 정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검찰은 이와 함께 이번 수사의 막바지에는 현재 하와이에 체류중인 이석채 (李錫采) 전정보통신부장관의 진술이 필수적이란 판단에 따라 현재 李씨를 자진 귀국시킬 수 있는 카드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정철근·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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