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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군 장악 못한 듯 … 김정일 유고 땐 권력투쟁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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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뉴스 분석 국가정보원이 지난 1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전화로 “북한이 최근 해외공관에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통보했다. 이는 신빙성이 있는 첩보”라고 알렸다고 복수의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한 정보위원은 “국정원이 전화로 민감한 북한 정보를 알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정보위원은 “국정원에서도 3남 정운이 후계자가 되리라는 분석을 오래전부터 했던 것으로 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좋아할 뿐 아니라 2남 정철보다 능력이 있고 호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북한 부두 노동자들이 2일 신의주항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중국산 물품을 옮기고 있다. 압록강 너머 중국 단둥에서 찍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준비로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신의주 AP=연합뉴스]


국정원의 ‘전화’는 그동안 계속됐던 김정운 후계설과 관련해 그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라고 공식 지목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운 후계’가 3대 세습의 완성이라기보다 세습 작업의 출발점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북한 권력 지형의 재편이 시작됐지만 후계 구축 과정이 안착으로 이어질지 한반도의 불안정성 확대로 갈지의 기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06년까지만 해도 ‘후계 거론’을 금지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조기 후계 구축에 나선 배경은 결국 지난해 자신의 뇌졸중 건강이상이 작용했다는 게 당국이나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장성택 국방위원(노동당 행정부장), 최익규 당 선전선동부장 등 김 위원장의 최측근 그룹들이 재등장하고 입지가 강화되며 북한의 파워 엘리트 배치가 후계 보위 체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어진 핵실험과 같은 대외 강경책도 후계를 염두에 둔 내부 단결용, 군부 지지 확보용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그러나 ‘김정운 후계’는 장기적으론 대외 정책을 경직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운이 권력을 승계해도 아버지와 같은 ‘군 장악력’은 신속하게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대외 정책에 군의 입김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정적 숙청과 권력기구 장악으로 김일성 주석 생전에 이미 ‘부자(父子) 공동 정권’을 만들었던 경력을 20대의 김정운은 갖지 못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실장은 “김정운 시대엔 군이 반대하는 핵 포기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고 개성공단과 같은 통 큰 대남 정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이 반대했지만 개성공단 조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던 김 위원장의 장악력이 아들에게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한반도에 미칠 파장도 향후 변수다. 후계자를 향한 ‘충성 경쟁’이 언제든 ‘권력 투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운 후계가 안착하려면 아버지의 건재와 지지가 필수적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유고 사태가 발생해 축이 흔들릴 경우 장남인 정남, 2남인 정철과 인연이 있던 그룹이 정운 지원 그룹과 권력 투쟁에 돌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제2의 황장엽’과 같은 북한 지도부 일부의 이탈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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