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종금사 비리의혹 수사]정·관계로비 집중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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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의 종금사 비리의혹 수사는 기업어음 (CP) 불법발행 혐의로 적발된 종금사들을 압박해 정.관계에 대한 로비 혐의를 밝혀내는 순서로 전개될 전망이다.이에따라 검찰은 대한.제일.삼삼.한솔.항도.신세계.대구.경남 등 불법 CP를 발행한 8개 종금사 대표를 우선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미 드러난 불법 사실을 무기로 종금사 인가 과정에 얽힌 비리혐의를 추궁한다는 전략이다.또 이들 종금사는 영업정지 상태인 대한종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쇄돼 종금사 관계자들도 쉽게 진상을 털어놓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폐쇄된 종금사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회사가 문을 닫은 마당에 불이익을 감수해가며 로비했던 정.관계 인사를 보호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또 수사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데다 폐쇄된 종금사중 상당수는 실질자기자본 (3백억원 이상) 등 종금사 인가조건에 미달하는데도 전환인가를 받은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울산투자금융 등 3개 투자금융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부실여신 비율이 2백18~3천8백90%에 이르러 상호신용금고나 단자사 잔류로 방침을 정했는데도 모두 전환 인가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이에따라 검찰은 폐쇄된 종금사 관계자 15명을 이미 출국금지해놓은 상태다.

검찰은 투금사의 종금사 전환과 관련해 ▶업계 차원의 조직적 로비 가능성▶지방 투금사들이 해당 지역구의 실세 정치인들을 상대로 '각개격파' 식 로비를 했을 가능성 등 크게 두가지 방향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종금협회 임원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협회 차원에서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 현 종금협회는 91년 선발 6개 종금사로 결성됐지만 96년 10월 투금사들의 종금사 전환후 투금협회를 흡수통합했다.

그러나 검찰은 상당수 우량 투금사의 경우 종금사로 전환하는데 굳이 로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협회 차원보다 일부 부실 투금사들이 개별적으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종금업계 관계자들도 ▶회원사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협회가 사별로 연 1천만원 정도의 회비를 거둬 겨우 운영돼 협회 중심의 로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막대한 외화를 낭비한 종금사의 역외펀드 운영과 도입된 저리의 외환을 '돈놀이' 하는 과정의 비리도 검찰의 수사대상이다.

30개 종금사 및 리스사가 동남아에 몰려 과당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은 외환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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