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엔 눈물 흐르고 몸짓엔 열정 넘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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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슬프지만 매혹적인 춤이 한국에 온다.

6일부터 엿새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는 플라멩코의 역동성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다. 또한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되는 ‘오리지널 탱고’에선 아르헨티나 탱고의 우아함을 엿볼 수 있다. 집시(플라멩코)와 이민자(탱고)들의 애환과 슬픔이 현대 예술로 승화됐다는 점은 두 춤의 공통점이다.

#플라멩코=열정적이나 독립적이다

플라멩코는 원래 노래였다. 일종의 노동요처럼 일을 하면서 불렀다. 기원은 15세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노래에 이어 악기(기타) 연주가 가미되다 춤으로까지 진화된 게 플라멩코다.

플라멩코의 가장 큰 특징에 대해 ‘알마 플라멩카 연구소’ 오순희 대표는 “어떤 여과 장치도 없이 느낌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강렬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리듬에 민감하고,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곤 한다. 오대표는 “굳이 비유하자면 플라멩코는 하늘로 날고자 하는 욕망이 담긴 발레보단 땅을 딛고 중력에 의지하는 한국 무용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는 2005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번째 내한 공연이다. 특히 ‘두엔데’로 불리는 무아지경에서 댄서들의 격정적인 발놀림에 객석의 열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전통 플라멩코에 라스베이거스식 쇼를 접목시켜 현대화된 공연물을 만들어냈다. 02-517-0394.

#탱고=밀착하되 절제한다

1870년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남부 지방 보카. 부둣가인 보카엔 아프리카 흑인과 쿠바 선원, 전쟁으로 생계를 잃은 유럽의 이민자들이 모여들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하려는 이들에게 일상은 고단했다. 밤마다 밀롱가(19세기말 아르헨티나에서 유행한 4분의 2박자 춤음악, 탱고의 전신) 파티를 열고 지친 일상을 가벼운 춤으로 달랬다. 탱고의 출발이었다.

탱고는 커플 댄스다. 남녀가 밀착돼 춤을 춘다는 이유로 ‘퇴폐적’이란 꼬리표가 붙었고, 1900년대 초반엔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금기는 사람의 호기심을 더욱 발동시키는 법. 유럽 본토로 돌아간 이민자들에 의해 탱고는 오히려 유럽에서 더욱 각광받았고, 이를 아르헨티나가 다시 역수입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탱고 세계화의 일등공신은 천재 음악가 아스토르 피아졸라다. 탱고에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시켜 춤을 위한 반주가 아닌, 탱고 음악 자체의 아련함을 널리 알렸다. 이번 ‘오리지널 탱고’ 공연 역시 춤보다는 음악에 방점을 둔다. 남미 음악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첼리스트 송영훈과 ‘피아졸라 밴드’의 피아니스트 파블로 징어 등 첼로와 피아노, 클라리넷이 결합해 모던화된 탱고 선율을 선사한다. 아르헨티나에서 건너온 세계 정상급 커플의 공연도 함께한다. 02-2658-3546.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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