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트레이드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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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엄마의 긴 휴가가 여자배구 트레이드 시장을 움직였다.

GS칼텍스는 1일 레프트 이정옥을 KT&G에 내주고 센터 지정희를 받는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GS칼텍스는 도로공사와 세터 이소라를 내주고 대신 레프트 오현미를 받는 트레이드도 단행했다. 그간 여자배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고 그에 대한 보상선수를 주는 방식의 선수이동은 잦았다. 하지만 트레이드를 통한 경우는 드물었다. 트레이드 시장을 움직이게 한 주인공은 정대영(GS칼텍스)이다.

◆정대영 임신이 트레이드 촉발=2007년 결혼, 여자배구의 유일한 주부선수였던 정대영은 지난달 임신 4주차라는 사실을 알았다. 시즌이 끝난 뒤 2세를 가진 것이다. 은퇴까지는 원치 않았던 정대영은 1년간 쉬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센터진이 부족해 라이트 배유나까지 센터로 돌려쓰던 GS칼텍스에 비상이 걸렸다. 때마침 FA시장에 흥국생명 센터 전민정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전민정 영입에는 보상선수 딜레마가 따랐다.

지난 시즌까지 FA 영입구단은 보호선수(FA 당사자 포함)를 5명 지정했다. FA의 원소속 구단은 5명을 뺀 나머지 중에서 보상선수를 지명했다. 그런데 이번부터 보호선수가 3명으로 줄었다. 다른 선수를 잡으려다 정작 필요한 자기팀 선수를 내줄 판이었다. GS칼텍스는 트레이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시즌 지정희는 KT&G에서 부상 탓에 부진했다. 그 사이 신인 김은영이 치고 올라왔다. 레프트가 필요한 KT&G도 벤치를 지키던 이정옥에 주목했다.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강화된 FA 보상제도 후폭풍=도로공사 세터 최윤옥은 지난 시즌 직후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은퇴를 결심했다. 세터가 필요해진 도로공사는 3명의 세터(주전 이숙자, 보조 이소라,시은미)를 보유한 GS칼텍스에 눈을 돌렸다. 이정옥을 KT&G에 내줘 보조 레프트가 필요했던 GS칼텍스는 이소라를 내주고 오현미를 받았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연경(전 흥국생명) 바로 다음인 전체 2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이소라는 4년 만에 이숙자의 그늘을 벗어나게 됐다. 사실 이숙자도 현대건설 시절 주전 강혜미(은퇴)에 가려 7년간 벤치를 지켰지만 GS칼텍스로 옮겨 선수생활의 꽃을 피웠다.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오현미도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약한 GS칼텍스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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