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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속의 창조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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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 손안의 휴대전화 뜯어보니 첨단 부품 500개

현대인의 필수품, 휴대전화의 발달사는 통신창조의 역사다. 이동 중 통화를 가능케 한 통신혁명을 일으켰고 오늘날 음성뿐만 아니라 음악·동영상·사진촬영·문자메시지·MP3·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의 총아’가 됐다. 국산 프리미엄 휴대전화 하나를 골라 속을 낱낱이 뜯어봤다. 길이 10cm에 불과한 휴대전화는 500여 첨단 부품의 결정체였다.

유행은 돌고 돈다. LG전자가 3월 말 내놓은 휴대전화 ‘롤리팝’은 오랜만에 나온 폴더형 제품이다. 50만원대의 만만찮은 가격에도 국내 출시 한 달여 만에 20만 대 이상 팔렸다. 폴더형은 큰 화면과 자판을 동시에 장착할 수 있어 문자와 웹서핑을 주로 사용하는 젊은 층의 관심을 다시 끌고 있다. 주요 부품들을 분해해 들여다봤다.

● 외관=휴대전화 외부 앞뒤와 폴더를 펼쳤을 때 드러나는 두 부분을 합쳐 네 장의 ‘어세이’로 구성된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을 주로 쓴다. 펄이 들어간 페인트를 두텁게 발라 흠집이 잘 생기지 않도록 했다. 앞면은 평소에는 불투명한데, 발광다이오드(LED)가 들어가는 부분은 도료를 약간 얇게 칠해 빛이 잘 보이도록 했다. 크기는 길이 10.6㎝에 폭 5.1㎝로 무게는 92g이다.

● 디스플레이=외부 LED와 내부 액정화면(LCD) 창이 달려 있다. LED 모듈은 220개의 백색 LED를 심어 하트·자동차·동물 등 22가지의 기본 문양을 표현할 수 있다. LED를 항상 켜놓는 것이 아니라 1초에 245번 깜빡인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잔상효과 때문에 눈으로 보면 계속 켜 있는 것 같다. 이와 함께 3색 LED 4개를 장착해 특정 번호로부터 전화가 오면 지정한 패턴으로 반짝이는 ‘시크릿 라이팅’ 기능도 담았다. 폴더 안쪽에는 7.1㎝(2.8인치) LCD를 장착했다.  

● 주회로기판(메인보드)=퀄컴의 모뎀칩을 비롯해 블루투스·모션센서·모바일프로세서·메모리 등이 들어가는 핵심 부분이다. 모션센서는 중력가속도를 감지해 휴대전화 단말기가 놓인 모양과 움직임을 확인한다. 단말기를 눕히면 사진·동영상이 자동으로 가로로 전환되고 단말기를 흔들어 낚시·다트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다. 미국 암(ARM)의 모바일프로세서와 일본 도시바 등의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한다. 외장 메모리는 8기가바이트(GB)까지 장착할 수 있다. MP3 음악 2000곡 또는 사진 8000장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 카메라=앞부분에 130만 화소급 카메라 모듈을 장착했다. 30만 화소급인 다른 제품보다 해상도가 높고 화각(사진이 찍히는 범위)도 73도로 기존 제품(62도)보다 넓어 화상통화는 물론 사용자가 자신의 모습을 찍는 ‘셀프 카메라’에도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뒷부분에 달린 카메라는 300만 화소로 자동초점(AF) 기능을 갖췄다. 얼굴을 인식해 인물 사진이 가장 잘 나오도록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 주는 기능, 얼굴을 뽀얗게 꾸며 주는 일명 ‘뽀샤시 효과’도 선택할 수 있다.

휴대전화가 없는 한국인을 만나기는 무척 어렵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출근한 직장인은 하루 종일 안절부절하기 일쑤다. 그만큼 필수품이 됐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는 4500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매년 2000만 대의 새 단말기가 팔린다. 눈을 넓혀 전 세계를 보자. 지난해에만 12억 대가 팔렸다. 그 가운데 30% 가까이가 한국산이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개인이 들고 다니는 전자제품 가운데 가장 정밀하다. 길이 10㎝ 안팎의 작은 공간에 LCD·카메라·반도체 등 500여 개의 부품을 모아 놓은 첨단 기기다. 회로 폭이 4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도 안 되는 최신형 반도체에서 2기가헤르츠(㎓·초당 10억 번 진동하는 고주파) 전파를 송수신하는 무선 통신기술은 물론 이미지센서·디스플레이 패널까지 첨단이 아닌 제품이 없다.

휴대전화 발달사는 ‘통신 창조의 역사’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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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반도체 분야 선두 업체였던 미국 모토로라가 휴대전화 개발에 나섰다. 시제품은 무게가 4㎏이 넘어 어깨에 메고 다녀야 했다. 통신업체였던 AT&T는 휴대전화가 잘 팔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카폰 개발에 전념했을 정도다.

모토로라는 10년 동안 당시 돈으로 1억 달러 이상을 들인 끝에 1983년 최초의 휴대전화 ‘다이나택’①을 선보였다. 무게가 1.3kg에 달했고 10시간 충전해야 겨우 30분 통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으로 통신 혁명이 시작됐다.

최초의 플립형과 폴더형 단말기도 역시 모토로라가 만들었다. 최초의 플립형 제품은 ‘마이크로택’이었다. 폴더형으로 96년 내놓은 ‘스타택’②은 전 세계에서 1억 대 이상 팔리며 ‘모토로라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최초의 슬라이드폰은 핀란드 노키아가 만들었다는 주장과 일본 카시오가 개발했다는 설이 엇갈린다. 부둥켜안고 있는 남녀가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광고로 잘 알려진 스카이 ‘IM- 5100’이 국내에선 처음이다.

플립형은 사라졌지만 폴더와 슬라이드는 아직도 꾸준히 나온다. 한동안 사라졌던 바형 단말기가 풀터치폰의 유행과 함께 부활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오늘날의 휴대전화는 통화뿐 아니라 음악·동영상에서 인터넷까지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멀티미디어의 총아’다.

최신 제품에는 1600만 컬러를 표현할 수 있는 800X48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창이 달려 있다. 2000년 출시돼 LG전자 단말기 가운데 처음으로 100만 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운 ‘아이북’이 흑백 화면에 8줄의 문자를 표시해 호평받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디스플레이의 발전이 눈부시다. 멀티미디어 분야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개척한 분야가 많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에 세계 최초로 MP3 기능을 넣었다. 99년 MP3폰 ‘SPH-M2100’③을 출시했지만 내장 메모리가 고음질 음악 10곡도 채 담기 어려운 32메가바이트(MB)에 불과해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세계 최초의 카메라폰 역시 한국 제품이다. 2000년 삼성전자가 일본 샤프보다 4개월 앞서 ‘디지털카메라폰(SCH-V200④)’을 출시했다.

글=김창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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