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21세기를 향한 한국인의 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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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세기를 앞둔 국민들의 생각은 각양각색이다.꿈의 날개를 펼칠 자유로운 세상, 일거리 풍성한 사회, 통일이 이뤄진 나라…. 사람마다의 염원이 담긴 말들을 줍는다.

▶ "21세기에는 학원에 안다녀도 되나요. 뭔진 잘 모르지만, '자유' 가 그리워요. " - 하루종일 피아노.미술.속셈.바둑학원에 다닌다는 서울 강남의 유치원생 윤미희 (6) 양, 21세기가 뭔지는 모르지만 친구들 하고 마음놓고 노는 세상이면 좋겠다며.

▶ "20세기에는 학교가 감옥이었지만 21세기엔 청춘의 파라다이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 - 서울 세화고 3년 김은성 (18) 군, 입시지옥이 사라지길 바란다며. ▶ "사이버는 내 인생, 내 열정, 내 미래. 그러나 내가 사랑했던 현실은 죽었다." - 네티즌 양현아 (27) 씨, 사이버 세계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디지털 혁명시대인 21세기가 두렵다며.

▶ "1천일이면 3천끼를 먹어야 하고 천밤을 더 자야 하는데 앞이 캄캄하군. 21세기, 그까짓 게 뭐 중요해." - 서울역 노숙자 車모 (43) 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배고픔만 덜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며.

▶ "삶의 종착역은 나이와 관계없이 찾아오나 보다." - 정리해고당한 李모 (53) 씨, 다음 세기는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없는 일거리 풍성한 세상이 돼야 한다며.

▶ "내가 몇해나 더 살겠어. 그저 남포에 가 고향 흙 한번 만져보고 형제들 생사나 알 수 있으면 되지. " - 1.4후퇴 때 함경북도 경성에서 단신으로 월남한 박춘식 (73) 씨, 평생을 고향생각에 잠 못이루는 밤을 보낸다며.

▶ "21세기는 가치의 혼돈이 지배하는 뉴 패러다임의 시대. 이미 21세기형 '뉴 아노미' 는 시작됐다." - 서울위생병원 신경정신과 김표한 (53) 박사, 현대인은 풍요.안락만을 추구하는 중병을 앓고 있다며.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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