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 JP모건 3천억 송사, 첫 공판 싱거운 탐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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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기계약인가, 돈 잃고 부리는 억지인가' . 동남아 투자 손실을 둘러싼 미국의 거대 금융그룹 JP 모건과 SK증권간 3천억원대 국제소송의 첫 공판이 3일 시작됐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2부 (재판장 徐希錫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은 양측 법정대리인들이 서로의 주장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던 관계로 특별한 진술없이 싱겁게 끝났다.재판부는 양측 변호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7월부터 본안심리를 진행키로 했다.

SK증권은 모건으로부터 97년 2월 5천3백만달러를 빌려 채권연계파생금융 (TRS) 상품에 투자했다.

1년 뒤 태국 바트화 (貨) 환율과 연관된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이론적으로 태국 통화가 상승하면 빌린 측은 한푼도 갚지 않아도 되지만 반대의 경우 원금의 수십배를 갚아야 할 수도 있다.

당시만 해도 고정환율제였던 태국 바트화의 안정성을 믿은 SK증권은 면밀한 검토없이 제의를 받아들였고 지난해 동남아 환율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자 결국 이 문제는 법정으로 비화됐다.

겉으로 보기엔 복잡해 보이지만 이번 송사의 논점은 비교적 간단하다.TRS라는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알려줬는가 하는 점이다.

이날 첫 재판 직후 모건의 마크 브리클 상무는 "초보자도 아닌 금융기관이 선물거래를 하면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해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관행" 이라며 "이제 와서 손해를 봤다고 이를 보상하라며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 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증권측은 "모건측이 자신들이 확보한 정보와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손해를 보았으므로 사기거래가 분명하다" 고 주장한다.

SK증권측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율촌은 "모건측의 사기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겠다" 며 "모건이 동남아 통화에 대한 투자로 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 상품을 고안했다는 증거를 찾고 있다" 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은 뉴욕주에도 소송이 계류돼 증거수집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7월 이후 본안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양국 법정의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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