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박상언씨, 제자 30명둔 '붕어빵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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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때 연간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실내장식업 사장이 업체의 부도로 붕어빵 장수가 된 뒤 후배 (?) 실직자들에게 붕어빵 굽는 기술을 전수, 새삶의 터전을 열어주고 있어 화제다.

경남창원시대방동 성원아파트 입구에서 붕어빵을 굽는 박상언 (朴相言.34.창원시대방동) 씨는 한때 잘나가던 실내장식 사장이었다.하지만 요즘 그는 창원.마산 등지에서 '붕어빵 교수' 로 더 잘 통한다.

실직한 뒤 朴씨에게서 붕어빵 제조기술을 공짜로 배워 창업 (?) 해 나간 제자들이 무려 30여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李모 (42) 씨가 어설픈 표정으로 朴씨의 '붕어빵 대학' 에 고개를 디밀었다.창원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실직한 그는 실직 사실과 함께 알음알이로 찾아온 까닭을 고백하고 도움을 청했다.

朴씨는 즉석에서 밀가루반죽.팥앙금 만드는 법, 불 조절법 등을 가르쳐줬다.

李씨는 그 덕분에 단돈 60만원으로 창원 사파정동 토월아파트단지에 창업, 월 평균 1백여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朴씨가 이같이 비법마저 공짜로 아낌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자신도 그같은 뼈아픈 경험을 해봤기 때문. 93년부터 4년동안 경영해온 실내장식업체가 지난해 9월 부도가 나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던 그가 마음을 다잡고 시작하려한 것이 붕어빵 장사. 하지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노하우를 배우려는 그에게 다른 장수들은 기술을 가르쳐주기는커녕 차가운 경계의 눈길만 던질 뿐이었다.

동업경쟁자가 생기는 데 대한 일종의 시새움이었다.

이 때문에 朴씨는 빵틀을 사놓고 열흘동안이나 시행착오를 한 끝에 혼자 기술을 터득, 개업할 수 있었다."앞날이 캄캄하던 그 때를 잊을 수가 없심니더." 소문이 나자 지난 1월 한달에만 20여명이 찾아와 기술을 배워갔고 지난달에도 10여명이 더 다녀갔다.

창원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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