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관광 거품 쏙빼 고국에 손짓…구조조정 바쁜 한인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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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사이판 한인협회는 설립 22년째인 올해 첫 인구센서스를 실시합니다.이번 센서스는 교민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걸고 사이판을 좋은 관광지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사이판 한인협회 원민희 회장 (59) 은 이번 센서스가 교민에게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교민실명제' 라고 말했다.

사이판 한인사회가 최근 한국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선물은 ▶원화받기 ▶관광비용의 거품빼기 두가지. 여행에 관한 한 사이판은 한국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사이판 한인관광협회 조성택 회장은 "3천여 교민 대부분이 한국에 가족을 두고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원화받기는 지난달 한국계 호텔.면세점등에서 시작됐다.

LA면세백화점은 매일 바뀌는 한국의 외환시세를 기준으로 원화를 받고 물건을 판다.리베라.코레스코등 한국계 호텔들도 객실료를 원화로 받고 있다.

매일 객실에 놓는 팁 (1달러) 도 호텔프론트에 원화를 내면 달러로 바꿔준다.원화가치의 하락을 감안한 객실료.식사비.관광비용의 인하도 눈에 띤다.식사비와 객실료는 작년의 40~50%로, 마나가하섬 일주등 옵션상품은 최고 60%나 인하됐다.

국내 여행사들도 제값 받기를 통해 새 사이판 만들기에 적극적이다.가야여행사 (02 - 536 - 4200) 는 최근 20여명의 여행사 대표와 직원들을 사이판에 파견해 관광비용을 알아보았다.이 여행사가 산정한 1인당 최저 여행경비 (3박4일) 는 60만원. 이 금액이 안되면 쇼핑.옵션투어등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가야여행사 이성훈 대표는 "해외여행은 갈때는 쌌지만 돌아올때는 쇼핑등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았다" 며 "사이판이 사기판 (?) 으로 불리는 일이 없어야한다" 고 말했다.

연간 15만명에 달하는 한국관광객들로 번창했던 사이판 한인사회. 한국교민은 한때 전체인구의 10%에 육박하는 6천명에 달했고 막강한 경제력으로 사이판내에서 'Sir' 로 통할 정도로 부러움을 샀다.지금은 한국의 IMF한파로 이같은 호칭도 사라졌다.그러나 아직도 10여개의 한국계호텔, 1백여개의 옷가게.식품점.면세점등이 과거의 번영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하며 묵묵히 영업중이다.

사이판 = 송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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