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북한 안정적 핵무기 기술 아직 완성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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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차 핵실험을 통해 핵 기술 발전을 대내외에 과시했지만 안정적 핵무기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핵 전문가들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북한이 이번에 실험한 핵폭탄의 위력은 2~4kt(킬로톤) 규모”라고 말했다. 2006년 1차 핵실험에 비해 2~5배 파괴력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떨어뜨린 원폭(15~22kt)의 파괴력을 밑돈다. 시어도어 포스톨 MIT 과학기술·안보정책 담당 교수는 “당초 북핵 실험 규모가 현재 알려진 것보다 10~20배는 강력할 줄 알았다”며 “북한은 아직 강력한 핵 폭탄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비영리 재단인 뉴 아메리카 재단의 핵전략 담당 국장인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핵 장치를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기술 개발은 세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제임스 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핵 기술을 보유했고 이를 명백히 수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폭탄과 함께 미사일 기술을 갖고 있어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달 사정거리가 3000㎞에 이르는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장은 “북한이 진정한 핵 억제력을 갖기 위해서는 핵을 미사일 탄두에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AP는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핵무기의 중량을 반으로 줄이고, 이를 미사일에 장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편 북한의 핵 기술이 발전하는 데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지원이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미 핵 전문가인 토머스 리드와 대니 스틸먼이 공저한 『핵 특급』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이전된 핵 기술이 파키스탄으로 유출됐는데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AQ칸이 1999년 북한을 방문해 우라늄 원심분리기 기술을 직접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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