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겨냥 친일 범위 확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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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태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지루한 듯 하품하고 있다. 오른쪽은 문희상 의원. [김태성 기자]

열린우리당은 13일 친일행위 조사 대상자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내용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14일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고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신속한 입법추진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정치적 목적이 있는 법안"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향후 법안 심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은 조사 대상을 고등관(문관은 군수, 경찰은 경시, 군대는 소위 이상) 지위자, 창씨개명 권유자, 신사(神社) 조영(造營)위원, 언론을 통해 일제 침략전쟁에 협력한 사람 등으로 크게 늘렸다.

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위원회 소환에 불응하는 대상자에겐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기관의 자료협조 의무도 명시했다. 위원회의 권한을 크게 강화시킨 것이다.

개정안은 또 친일행위에 대한 최종 판정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감안, 친일 판정이 현행법보다 쉽지 않도록 했다. 친일행위자 선정 의결정족수를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강화하고, 친일 전력이 있더라도 이와 별도로 반일행적이 뚜렷한 사람은 위원회 전원 의결을 거쳐 구제토록 했다.

이중 논란의 소지가 큰 대목은 세가지다. ▶소위 이상 장교로 규정,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점▶언론기관의 친일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점▶대통령 보고 이전이라도 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보도할 수 있도록 공표 금지조항을 삭제, 조사 대상자의 인권침해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점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개정안 내용이 알려진 직후 곧바로 "야당 탄압이자 정치보복"이라며 직설적으로 여당을 공격했다. 박 전 대표는 "한쪽에선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며 "정치보복의 시작이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며 국민과 의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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