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의 일 아닌 유로화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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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 (EU) 중 11개국이 내년부터 단일통화인 유로화 (貨) 의 통용에 들어간다.

유럽위원회의 보고서는 "단일통화는 평화와 번영에 기초한 공동체 건설의 상징이 될 것이다" 라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물론 영국.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은 아직 사용국으로 가입하지 않았고 이탈리아나 벨기에 등은 도입 전까지 정부의 재정적자를 감축하라는 압력을 받는 등 문제는 있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화와 더불어 유로는 단기간에 세계의 기축통화중의 하나가 될 것이 틀림없고 따라서 달러의 독주시대는 종언을 고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달러화가 유일무이한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다 보니 미국은 다른 나라가 보유한 달러화가 아무리 많아도 필요하면 또 찍어 공급하면 된다는 식의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유로의 등장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유럽경제의 위상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이미 없어진 실물거래의 국경선에다 이제 금융 및 자본거래의 국경선도 소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경제통합의 완결판이자 한단계 더 높아지는 의의가 있다.

이는 결국 앞으로 우리 경제와 유럽간의 경제거래에 있어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결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보유외환의 다양성과 함께 외환수급 동향에 신경써야 할 일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경제질서와 무역거래에 있어서도 앞으로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우리로서도 세계적 시야에서 예상되는 변화에 효율적 대응을 하기 위한 대내외적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달러 영향권에 있는 우리로서는 당장엔 힘들더라도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중장기적으로 협의해 아시아판 통화동맹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러자면 IMF 기능을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아시아통화기금 (AMF) 도 고려해볼 만하다.

실질적으로 이런 노력이 실효를 거두자면 일본 엔화가 주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일본이 대국적 차원에서 아시아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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