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174cm 단신 김태진 악바리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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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너무 힘들어요. 워낙 빠르고 끈질겨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 강동희 (31.기아) 는 프로농구 최단신 가드인 LG 김태진 (24.1m74㎝) 만 떠올리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드리블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강동희도 김태진을 앞에 두고는 쉽사리 볼을 요리하지 못한다.

총알 스피드를 앞세워 악바리처럼 달려드는 탓에 자칫 가로채기를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악바리 정신' 이 김태진을 당당한 LG의 주전가드로 만들었다.

당초 김태진은 신생 LG에서도 백업가드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 워낙 작은데다 슛과 어시스트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탓이었다. 게다가 SBS에서 이적한 국가대표출신 가드 오성식과 삼성에서 옮겨온 재간둥이 윤호영이 있어 김의 출전시간은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LG 이충희 감독도 "오성식을 주전 리딩가드로 세우고 윤호영을 교체멤버로 많이 활용하려고 했다" 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태진은 "기회는 반드시 온다" 는 생각에 휴식시간에도 볼을 놓지 않았고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쇳덩이와 씨름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였을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였다. 김태진이 독보적인 주전가드로 떠오른 것이다.

김은 빠른 발을 이용, 코트를 부지런히 누비며 구석구석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고 상대가 넌덜머리를 낼 정도로 악바리 수비까지 펼쳤다.

반면 오성식은 무릎부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윤호영도 부진, 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또 김은 대학시절 10%대에 그치던 3점슛 성공률이 무려 40%대로 올랐고 2점슛도 50%의 적중률을 보였다.

부산 =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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