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수주 신안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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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김은수 사장이 1000억원대의 수출 계약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목포=양괌삼 기자]

전남 목포의 소형 조선소인 '신안조선'이 1000억원대의 선박 수출 계약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 회사는 상근 직원 30명으로 연 매출 30여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신안조선은 지난 1일 그리스 해운업계 2위 선사인 '바클레이(Baclay)'와 5500t급의 기름.화학물질 운송 선박 10척의 건조 계약을 했다. 계약 금액은 8925만달러(약 1026억여원). 2007년 7월까지 배를 모두 인도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추가로 10척을 더 건조하는 내용의 가계약도 했다. 이 물량까지 합치면 수주 금액은 2300억여원에 이른다. 2009년 10월까지 5년3개월 동안 할 일감이 확보된 셈이다.

주변에서는 '지방 소형 업체가 어떻게 이런 큰일을 할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한다.

신안조선은 1992년부터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소형 어선을 만들었다. 2002년에는 삽진산업단지로 옮겨 철강선(鐵鋼船) 제조 설비까지 만들었다.

김은수(44)사장은 "바크레이사는 우리 회사의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의 역량을 평가한 것"이라며 "특히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업체로 직원은 많지 않지만 기술 수준을 좌우하는 베테랑급 엔지니어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 사장은 33년 경력의 엔지니어를 전무이사로 대우하는 등 많은 배려를 했다. 이번 프로젝트도 엔지니어인 김진동 전무이사를 앞세워 기술력을 설명하면서 협상한 결과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김 사장은 목포대 선박기술센터와 손을 잡고 조선소 안에 150평 규모의 선박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 사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을 보여준다.

물론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 수익을 적게 잡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도 주효했다는 게 김 사장의 귀띔이다. 국내 조선이 호황을 맞아 대형 조선소들은 일감이 밀려 수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것도 무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형권 목포시 기업지원계장은 "신안조선의 수주는 지역경제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선급금을 위한 보증증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와 전남도가 적극 나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이해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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