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 가는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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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3의 길’을 걷고 있다.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중도 노선으로 민주당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개혁이 부진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보수진영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며 비판한다. 워싱턴 포스트(WP)는 25일 “오바마 정권의 성공 여부는 진보·보수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오바마의 중도주의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서 두드러졌다. 오바마는 21일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가혹한 수사로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왔던 관타나모 수용소를 내년 1월까지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테러 용의자는 재판 없이 구금할 수 있는 ‘예방적 구금(preventive detention)’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보가 원하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들어주면서, 테러 용의자 이감으로 안보가 불안해진다는 보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진보주의자들은 민주당이 정부·의회를 장악하고 있는데도 진보정책이 실행되지 못한다며 실망했다. 미 헌법권리센터의 마이클 래트너 대표는 “수용소 폐지 대신 테러 용의자를 미국 내 교도소로 옮겨 구금하는 것은 관타나모를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데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보수의 대변자로 부상한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수감자들을 미국으로 옮기면 안보 위협이 가중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온건론자들은 “정책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예방적 구금을 주장하는 오바마를 두둔한다. 적절한 대책 없이 수용소가 폐지될 경우 미국민의 안보 우려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총기 사고 예방을 위해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 하나 오히려 완화됐다. 미 하원은 20일 국립공원 등에서 탄알이 장전된 총기 소유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엘리저 커밍스(민주당) 하원의원은 “지금은 총기 규제보다 안보와 경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옹호했다.

오바마는 경제정책에서도 중도다. 금융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시장을 중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고수한다.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금융기관의 국유화를 거부하고, 경제 회복에 동참하게 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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