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찬가' 독일서 발견…1차대전 포로수용소서 한국인 육성 녹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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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늘은 안중근 (安重根) 의사 88주기가 되는 날. 때마침 安의사의 애국심을 기리는 '안응칠의 애국의 노래' (안응칠은 安의사의 아명) 를 담은 음반이 멀리 베를린 음성자료보관소에서 발견돼 화제다.

의거때 함께 검거됐던 우덕순 열사가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 를 조롱해 지은 '원수와의 만남' 등 독립운동가 3곡.민요 13곡도 함께 나왔으며 모두 9장의 음반에 담겨 있다.

인하대 독문과 토마스 울브리히 교수가 명지대.LG연암문고 (이사장 유영구) 의 자료 도움을 받아 찾아낸 것. '시베리아땅은 조국강토 아니네/왜 우리는 여기서 헤매이는가' 로 시작해 '더 이상 슬퍼마라 우리 동포여/자유의 그날이 멀지 않았다' 로 끝나는 장엄한 행진곡조의 '안응칠의…' 등 이들 노래는 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녹취됐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유 니콜라이.김 그레고리 (김홍준.농부.1889년생).안 스테판 (상인.1887년생) 등 세명의 한국인 포로. 함경도 경흥지역 출신인 이들 3인의 기구한 운명은 동학과 의병에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몸을 피해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했다가 일본의 감시가 심하자 러시아로 귀화한 이들은 여기서도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한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창간된 '대동공보' 의 주필이나, 신채호.이상설 등이 주필로 참여한 '권업신문' 을 발간한 인물들과 출신지.이름이 같거나 경력이 유사해 동일 인물로 추정되며 安의사와 같이 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1차대전이 발발하자 교민 4천여명과 함께 징집돼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독일전선에 투입됐으며 참전 3~4개월만에 포로가 돼 신문중 노래를 녹음하게 된 것. 1917년 3월22일 이들을 신문하고 노래를 녹음했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뮐러 박사는 "이들이 이 노래를 부를 때에는 감격과 자부심이 가득찬 모습이었다" 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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