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부는 정계개편론]한나라당 '복잡미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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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계개편에 대한 한나라당의 시각은 복잡미묘하다.

공식반응은 '시기상조론' 을 내세우면서도 계파별로 그 파장에 대비한 암중모색이 한창이다.

당장 4월10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벌이는 신경전도 정계개편의 야당측 예고편이다.

거대야당의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이 경쟁은 정계개편 파도가 밀려왔을 때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헤게모니 다툼이기 때문이다.

정계개편과 관련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선택은 두가지다.

바로 "야당을 계속 하느냐" 와 "여당을 하느냐" 의 선택이다.

다가올 정계개편을 앞두고 각 계파차원에서 따져보고 있는 이 선택의 향배는 향후 도래할 정계개편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다.

특히 같은 비당권파이면서도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와 김윤환 (金潤煥) 고문측의 정계개편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李명예총재측은 우선순위를 당권장악에 두고 있다.

李명예총재로서는 김대중대통령과의 제휴 명분도 마땅치 않고 그에 앞서 야당으로 훗날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 金고문측은 정계개편에 보다 유연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金고문계가 李명예총재측과 연대해 총재경선을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서명작업도 이런 계산법의 일환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때문에 金고문측의 움직임은 여권의 정계개편 시도를 촉발할 수도 있다.

당권파중에선 이기택 (李基澤).김덕룡 (金德龍) 고문측이 李명예총재측과 궤를 같이 한다.

당권장악을 우선시한다.

金대통령과의 연대로는 입지마련이 어렵거나 金대통령과 구원 (舊怨) 이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다.

당권파중 이한동 (李漢東) 대표는 현재의 기득권을 십분 활용할 생각 같다.

이대로 가면 무난히 정계개편의 중심권에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청원 (徐淸源) 사무총장도 주목할 만하다.

徐총장은 당내에 거부감이 없고 계보를 지닌 실세총장이다.

동교동계와 친분도 두텁다.

당권파 연합고리를 엮어낸 徐총장을 金대통령측이 정계개편 파트너중 한명으로 선택할 경우 '민주세력 대연합' 그림이 탄생할 수도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각 계파는 金대통령측과의 제휴가 합당이 아닌 연합의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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